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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외국인 혐오증, 또 하나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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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6 23:38:51 수정 : 2025-04-16 23: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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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혐오증은 영어로 제노포비아(xenophobia)라고 한다. 이 단어는 1903년에 ‘외국인’이라는 제노(xeno)와 ‘두려움’이라는 포비아(phobia)를 붙여 만든 말이다. 외국인 혐오증은 한마디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말한다. 외국인 혐오증은 흔히 다음과 같은 논리적 악순환을 보인다. 그것은 ‘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난 그들을 잘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두렵기 때문이다’라는 논리이다.

 

외국인 혐오증은 권력자들이 자국을 외국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할 때 많이 이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자국의 시인 에미네스쿠의 다음과 같은 시를 인용하면서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겼다. “외국인을 가슴으로 맞이하는 사람은 개들이 그의 사지를 물어뜯을 것이고, 쓰레기가 그의 집을 덮을 것이고, 오명이 그의 이름을 더럽힐 것이다.” 한국에서는 흥선대원군과 고종이 세운 척화비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1871년 신미양요가 일어나자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다”라는 글을 새긴 척화비를 서울 종로 네거리와 각 도시에 세우게 했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외국인 혐오증은 20세기에는 주로 서구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이 나라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와 경제 부흥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였다. 1960년대 서독으로 간 우리 광부와 간호사도 그들 중 일부였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환대를 받았으나 1973년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나빠지자 서서히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외국인 혐오증은 서구 선진국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촌 전역에 퍼지고 있다.

 

외국인 혐오증 유발 요인은 크게 경제적 요인, 제도적 요인, 정치·문화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경제적 요인은 외국인 인력의 지속적인 유입과 장기 체류 및 정주와 관련 있다. 이들이 특정한 도시나 지역에 몰리면 사람들은 이들을 ‘그들’로 여기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태도는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 더욱 나빠진다. 다음으로 제도적 요인은 외국인을 맞이하는 나라의 사회통합 유형과 관련 있다. 이 유형에는 차별배제형, 동화형, 다문화주의형, 상호문화주의형이라는 네 가지가 있다. 이 중에서 외국인 혐오증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것은 차별배제형이다. 차별배제형은 외국인 유입을 기피 업종에 한정하고 복지 혜택, 국적 및 시민권 취득, 선거권 등은 제한하는 유형이다. 한국은 차별배제형과 동화형을 주로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정치·문화적 요인은 정당, 매체, 교육과 관련 있다. 집권당이 좌파나 우파냐에 따라 외국인 혐오증은 약해지기도 하고 강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집권당이 좌파이면 외국인 혐오증은 약해진다. 대중매체도 외국인 혐오증 유발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가 2015년에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부터 끔찍한 테러를 당했다. 교육도 이 혐오증과 무관하지 않다. 교과서의 내용이나 삽화가 외국인을 부정적으로 보게 할 수 있다. 한국 학교에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다문화 학생’이라는 용어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외국인 혐오증을 유발할 수 있다. 나는 이 용어 대신에 ‘이주배경 학생’이라는 용어를 제안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용어마저 쓰지 않는 것이다.

 

외국인 혐오증은 일종의 편견이다. 따라서 이것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고, 그런 인식을 통해 이 편견을 가능한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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