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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숙 여성경제인협회장 “남초 업계서 억척성 발휘… ‘펨테크’ 기반 다질 것”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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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7 06:00:00 수정 : 2025-04-16 22: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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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섬유업계서 고군분투
공장 들어가면 소금 뿌리기도

“여성들, 좋은 환경서 일하려면
펨테크가 경단녀 해결할 열쇠

326만 기업인 비빌 언덕 될 것”

“홀로 고군분투 중인 326만 여성 기업인들의 ‘비빌 언덕’이 되겠다.”

 

15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 사무실에서 만난 박창숙 회장이 과거의 자신에게 던지는 듯한 다짐이었다. 10년 이상의 업계 경력을 바탕으로 원단 제조업에 뛰어든 박 회장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금녀(女)’의 영역이던 섬유업계에서 여성 사장의 등장은 크고 작은 반발을 불러왔다.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이 1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박 회장은 “그땐 여자가 공장에 들어가면 재수 없다고 막았고 어쩔 수 없이 들어갈 일이 생기면 나갈 때 소금을 뿌릴 정도였다”며 “상황이 이러니 초창기에 여기저기 도움을 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고 씁쓸해했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성공을 이룬 데에는 결정적 순간마다 예상치 못했던 주변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그때 받았던 도움만큼 이제는 베풀고 싶다는 마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원동력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 회장은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봐서 잘 안다”며 “협회가 열심히 뒤에서 받쳐드릴 테니 여성 기업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특히 관심 가지는 분야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여성의 건강 및 편의를 증진시키는 ‘펨테크’ 산업이다. 남초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자보다 더 억척스럽게 일에만 전념한 끝에 눈부신 성공을 이뤘지만, 그 대가로 영구히 건강을 해친 자신의 전철을 후배들이 밟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블루오션(경쟁이 적은 유망한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점해야 한다는 기업가적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로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약 293억달러(약 42조원)였던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973억달러(약 139조원)까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박 회장은 “경제활동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이들이 좋은 컨디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 발전에도 이롭다”며 “펨테크가 바로 여성의 건강, 임신·출산, 육아, 경력 유지 등 다양한 삶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3년이라는 재임 기간 펨테크가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실질적인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2.4%에 불과한 여성 수출 기업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도 재임 기간 목표 중 하나다. 불경기 장기화와 더불어 이미 과다 경쟁 등으로 시장규모 한계가 뚜렷한 한국에서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박 회장 본인도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잡은 터라 이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도 작용했다. △해외 교류 강화 △해외진출 교육 및 컨설팅 강화 △해외 박람회 참여 기회 확대 등을 통해 후배들에게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부족한 예산이 박 회장의 발목을 잡는다. 단적으로 여성 기업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여경협의 사업을 뒷받침하는 ‘여성경제연구소’의 인력은 4∼5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일개 팀 수준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 박 회장은 “여경협 산하인 여성경제연구소는 국내 유일 여성기업 전문 조사·분석 기관임에도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몇 달에 한 번 리포트 만들기도 빠듯하다”며 “여성기업의 양적 성장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제 취임 4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박 회장은 여전히 회장석에 잘 앉지 않는다고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회장석에 앉으면 마치 뭐라도 된 듯 거만해질 것 같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경협 회장은 ‘사심 없이 협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말을 인터뷰 동안 수차례 반복할 정도로 그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심지어 현재 회장실이 불필요하게 넓다며 일부 공간을 직원들을 위한 시설로 개조하는 게 어떨 것 같냐고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여경협 회장 자리는 일종의 공직(公職)”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저를 추천했다고 들었는데 많이 봉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임기 동안 뛰어난 협회 직원들을 믿고 공약사업을 추진해 협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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