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해 근로자들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사업장에서는 지난해 10대 청년 근로자가 시설 점검 도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적이 있다.
17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6분쯤 전주시 팔복동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종이 찌꺼기(슬러지) 건조 기기에서 고온의 재가 외부로 분출돼 작업 중이던 20∼30대 근로자 3명이 모두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소방헬기와 구급차를 통해 대전과 충남 오송 지역 화상전문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전북 지역에는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 병원이 한 곳도 없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사고 당시 슬러지를 건조하던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근로자들이 입구를 강제로 여는 과정에서 고압 건조된 종이 찌꺼기 재가 외부로 분출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작업복을 입고 있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지만, 전신에 2∼3도 화상을 입어 중증 환자로 분류됐다.
전주페이퍼 측은 해당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경찰과 함께 사고 원인 조사에 돌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6월 16일 오전 9시22분쯤 10대 노동자가 3층 설비실에서 기계를 점검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유족은 노동·사회단체들과 함께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사고 인원 규명 등을 요구했다.
당시 유족은 종이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단식농성까지 벌이며 장례를 미루다 사측과 합의해 사고 발생 22일 만에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전주페이퍼 측은 사고 이후 “동료이자 한 가족 구성원을 잃는 슬픔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공장 내 안전보건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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