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을 견제하고 미국산 선박 건조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은 모두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즉각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을 의식해 “모든 일방적인 괴롭힘 행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1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집단 대립과 진영 대결을 단호히 저지하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란창강·메콩강 협력 등의 틀 내에서 조정·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 지역에서 어렵게 얻은 평화 발전 국면을 공동으로 수호하고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훈 센 캄보디아 상원의장과도 만나“역사가 증명하듯 세계 다극화·경제 세계화·문명 다양화의 시대적 흐름은 막을 수 없고 일방주의·패권주의는 인심을 얻지 못하며 폐쇄된 외딴 섬으로 돌아가려는 국가는 없다”며 “무역전쟁은 다자무역 체제를 파괴하고 세계 경제 질서를 충격에 빠뜨린다”고 미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미국은 ‘관세 전쟁’을 해운까지 전방위로 확대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수료는 180일 뒤인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USTR은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1t(net tonnage· 톤)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징수하고, 이를 매년 올려 2028년에는 1t당 140달러가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아닌 나라의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이라도 중국에서 건조했으면 10월 14일부터 1t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매년 늘어 2028년에는 1t당 33달러가 된다. 톤 대신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컨테이너 1개당 12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 250달러까지 증가한다.

다만 미국 기업이 소유한 선박이나 화물이 없는 선박, 특정 규모 이하 선박은 수수료를 면제한다.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은 10월 14일부터 CEU(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를 내며 단계적 인상 계획은 없다.
세 종류의 수수료가 중첩되지는 않으며 특정 선박은 한 종류의 수수료만 내게 된다고 USTR은 설명했다. USTR은 해운사(중국 해운사 제외)가 미국산 선박을 주문해 인도받는 경우 미국산 선박보다 작거나 규모가 같은 외국산 선박에 대해 수수료를 최대 3년 유예하기로했다. USTR은 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미국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3년 뒤부터 미국에서 수출하는 LNG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2028년 4월 17일부터 전체 LNG 수출 물량의 1%를 미국산 LNG선으로 운송해야 하며, 2047년에는 이 비중을 15%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결정에 대해 “전 세계 해운 비용을 증가시키고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을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키고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이익을 해쳐 결국 미국 조선업을 활성화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합법적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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