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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3일부터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다음 달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도 예고한 상태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 ‘관세 폭탄’을 맞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자동차 회사들은 긴급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은 관세가 연쇄적인 가격 인상과 수요 둔화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 폭탄에 현지 생산 늘리고 수출 축소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등 생산 조정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차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관세가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우선 미국 생산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을 열고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생산량을 증설하기로 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비용 절감 등 유연한 대응으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171만대 중 미국 생산량은 42%인 71만대 수준이다. 약 100만대가 관세 영향권에 있는 것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재비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국제 뉴욕 오토쇼에서 “매달·주간 단위가 아니라 매초·매순간 점검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매출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빠르게 조치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전기차 배터리 등 부품 현지 공급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직격타를 맞았다. 작년 49만 대를 생산해 85% 가까이를 미국으로 수출할 정도로 미국 수출 비중이 높다.
구스타보 콜로시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16일 경기 광명에서 열린 캐딜락의 ‘더 뉴 에스컬레이드’ 미디어 출시 행사에서 “저희는 추측성 루머(철수설)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앞으로 계속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출시하게 될 것이며, 저희가 이미 수립한 한국에서의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 2위인 토요타는 일본과 중국에서만 생산하는 전기차의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미국에서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만들고 태국과 아르헨티나에선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적 부진으로 미국 생산을 줄이려던 닛산도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해 온 SUV 로그를 올해 여름부터 미국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면 미국에 공장이 없는 아우디는 대미 자동차 수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당분간 관세가 붙지 않는 재고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재규어 랜드로버도 이달 미국 수출을 중단했다. 스텔란티스는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며 공급망을 조정하고 있다.
페라리는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몇몇 모델 가격을 10% 인상하기로 했다. 폭스바겐도 자동차 관세를 적용받는 차량에 수입 수수료를 붙인다는 계획을 최근 딜러사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여파로 차가격 600만원까지 인상 예상
업계에서는 관세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현재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기업들도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미국 내 자동차 평균 가격이 약 11%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비용 부담이 많게는 연간 200조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자동차 관세로 업계에 연간 1100억∼1600억달러(약 156조4000억∼227조6000억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신차 매출의 20%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글로벌 제조사들의 생산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싱크탱크 자동차연구센터(CAR)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를 포함해 미국 자동차 업계의 비용만 약 1077억달러(약 153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은 제조사 측에서 비용을 흡수하겠지만 결국 차량 가격 상승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이 증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관세의 영향으로 미국 내 신차 가격이 향후 6∼12개월간 2000∼4000달러(약 285만∼570만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UBS는 GM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수입차의 비용이 대당 4300달러(약 610만원)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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