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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이론·전문 용어 등 ‘베를린 버블’ 갇힌 정치인…시민과 소통 적극 나서야” [심층기획-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관련이슈 세계뉴스룸 , 2025 대선 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입력 : 2025-09-30 05:56:00 수정 : 2025-09-30 02:42:23
베를린=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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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위르겐 마이어 지적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언어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독일 녹색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환경운동에 몸담고 있는 위르겐 마이어(사진) 환경과 발전포럼(Forum Umwelt & Entwicklung) 대표는 정책과 선거공약이 시민에게 와 닿지 않는 근본 원인을 ‘베를린 버블’에서 찾았다. 베를린에 있는 정치인·언론인·로비스트 등 전문가집단이 그들 내에서만 소통하다 보니, 시민과의 간극은 커지고 공약집은 점점 난해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어 대표는 독일 정치 현장을 몸소 체험한 환경운동가다. 1987년부터 의회에서 4년간 녹색당 연방 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1996년부터 28년째 비정부기구 대표로서 환경정책 개발에 집중해 오고 있다. 그는 30년 전과 현재의 독일 정치 사이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그는 “30년 전에는 정당이 시민을 훨씬 더 대표했다. 당시에는 정치인과 시민 간 접촉이 많았고, 정책 결정에도 다양한 시민 의견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핵심은 ‘베를린 버블’ 현상이다. 마이어 대표에 따르면 지금은 당 간부, 다선 국회의원이 의회를 주도하고 시민과의 접촉은 현저히 줄었다. 독일 정치 심장부인 베를린에서 전문가들끼리만 소통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나온다는 것이다.

정치인과 시민의 격차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마이어 대표는 해답을 시민과의 소통에서 찾는다. 그는 “정치인들이 베를린 버블에서 나와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무엇을 걱정하고 바라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어 대표는 의정활동 경험을 예로 들어 구체적인 소통법을 들려줬다. 대중교통 정책을 추진할 때였다. 그는 “독일 사람들은 자동차를 정말 좋아한다. 운전하는 걸 즐기고, 자동차 산업은 독일의 자랑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늘리자고 하면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해법은 간단했다. 당시 시민들에게 “운전하는 것도 좋지만, 운전사를 두는 건 더 좋지 않나”라고 말하며 설득했다. 그는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쉽게 정책을 설명해야 한다”며 “전문용어나 거창한 이론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이어 대표는 ‘쉬운 언어 사용’에 주목했다. 정치인이 시민에게 정책을 설명할 때 전문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읽기 쉬운 공약집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파산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공약집을 따로 만들면, 이해하기 어려운 공약집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쉬운 말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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