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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밥퍼’로 노인 고용·복지 해결… 충북 지역경제에 ‘활력’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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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2 06:00:00 수정 : 2025-10-01 21:55:33
청주=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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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노인 11만명… 생계난 위험 노출
인력 부족 中企 일손 돕고 식사 해결
쪽파 손질 등 활동 실비 지역화폐 지급
일 평균 2057명 참여… 누적 20만 돌파
경제 파급효과 커… 타 시도 ‘벤치마킹’

“70~80대 노인들까지 반갑게 마주 앉아 사는 이야기를 합니다.”

충북도 ‘일하는 밥퍼’ 참여 수기 공모전에 나오는 얘기다. 충북 진천군 이모(74)씨는 공모전에서 “회사 퇴직 후 오늘은 뭘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의 계획이 있고 상품권 주는 쏠쏠한 맛도 있다”고 적었다. 이씨는 “밥퍼 사업 참여자들이 고령으로 홀몸노인이 많다”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위로하는 모습이 감동이고 아름다워 보였다”고 덧붙였다.

어르신과 사회참여취약계층 등이 참여하는 충북형 일자리 '일하는 밥퍼' 참여자들이 작업장에서 농산물 손질 작업을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이모(75·여)씨는 “35년 회사 생활 중에 폐암 진단을 받은 남편 병간호하고 퇴직하니 어느덧 75살이 되었다”며 “일하는 곳이 좋고 상품권으로 손주 옷도 사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6·25전쟁 때 태어나서 키가 작아 시대 탓이라고 한탄도 많이 했었다”며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전체 주민등록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전국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충북은 2023년 2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지난 8월 기준 도내 홀몸노인은 11만6087명으로 전체 노인의 32%를 차지한다.

노인 빈곤율은 여전하다. 지난해 폐지수집 노인은 전국 1만4831명, 충북 474명에 이른다. 그 이유로는 ‘생계와 용돈’이라는 응답이 83.1%로 가장 많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농촌과 산업현장은 인력난으로 생산 중단과 폐업이 이어진다. 이는 지역경제 붕괴와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소멸을 가속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일자리와 친구를

충북도는 이런 현상을 극복하려 고령자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 일손 부족 문제를 함께 해결할 복합적 노인복지 사업을 펼친다. 일하면 활동비(밥값)를 주는 개념의 ‘일하는 밥퍼’다. 밥 굶는 어르신이 없고 무료급식보다 소일거리를 하며 식사를 해결하는 등 자존감을 높이겠다는 구상에서다. 청주 상당공원에서 진행하는 무료급식 사업을 접목했다.

1일 도에 따르면 ‘일하는 밥퍼’는 어르신들이 익숙한 농산물 다듬기나 간단한 공산품 작업 등으로 지역사회 일손부족 문제를 도우며 일자리와는 차별화한 자원봉사 개념이 들어있다. 어르신들은 마늘 꼭지 따기, 쪽파 다듬기, 자동차부품 조립, 상품 포장 등 농가나 시장, 중소기업 등에서 일손이 부족해 버려지거나 기계화할 수 없는 작업을 소일거리로 한다. 참여대상은 60세 이상 노인과 사회참여취약계층이다.

참여자들은 경로당에서 하루 2시간 이상 최대 1만원, 전통시장, 종교시설, 복지관 등 기타작업장에서 하루 3시간 이상 최대 1만5000원을 활동 실비로 받는다. 도는 시·군과 충북사회서비스원에 예산 지원과 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운영사업단은 관리·감독 등 사업을 시행하고 농가와 소상공인, 기업과 함께 일감을 공유한다. 자원봉사센터는 운영을 지원하고 공동모금회와 적십자사는 사회서비스원에 기부금을 지원하며 힘을 모은다.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청주시 탑리경로당에서 시작해 두 달 뒤 ‘시니어 자원봉사단’ 발대식에서 업무협약으로 확대됐다. 이어 지난해 7월 ‘일하는 밥퍼’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당시 재원은 민간단체 주도 기부금을 활용했다. 도는 올해를 ‘일하는 밥퍼 원년의 해’로 정하고 기본계획 수립, 시행지침 제정, 범도민운동, 추진위원회 구성, 조례 제정, 운영사업단 지정 등을 통해 본격적인 사업 시행에 돌입했다. 지난 4월 세계 3대 광고제로 꼽히는 ‘2025 뉴욕페스티벌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도시브랜드 복지정책 부문을 수상했다.

 

일일 참여 인원은 연일 새 기록을 이어간다. 지난해 말 400여명에서 올해 3월 1000명을 넘기 시작했다. 특히 일감 및 기부금(지정, 상생) 확보 등에 힘을 쏟은 결과 지난 8월29일 누적 인원 20만명을 넘었고 9월17일에는 일 참여 인원이 2057명까지 확대했다. 현재는 총 154곳에서 23만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지역경제에도 큰 힘… 지자체들 벤치마킹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작업장에 참여한 어르신들에게 지급된 약 26억5000만원의 활동 실비는 온누리상품권과 지역 화폐로 지급된다. 이에 전통시장과 지역소상공인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지난달에는 충북형 스마트팜인 보은 양념 채소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쪽파를 작업장에서 처리해 김치 업체에 납품하는 등 지역 농산물 생산과 가공업체 등에도 힘을 보탠다.

어르신들의 참여도 긍정적이다. 올해 96세(1929년) 최고령 어르신 두 명이 청주시와 괴산군에서 참여하면서 ‘일하는 밥퍼’의 긍정적인 영향을 확산했다. 또 사업 참여를 위해 1~2시간 전부터 작업장 앞에서 담소하며 대기하는 어르신들이 생길 정도다.

지난달부터는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참여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이 지속한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옥천군이 작업장을 새로 개소해 도내 11개 전 시·군에서 어르신들이 ‘일하는 밥퍼’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도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 확보와 일감 발굴 등에 힘써 오는 12월 말까지 일 최대 참여 인원 3000명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다른 지자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전북과 경기 의정부시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도청을 방문했다. 전북은 고령화 비율이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일하는 밥퍼’ 사업 추진 가능성을 살폈고 의정부시는 도시재생사업 내에 ‘일하는 밥퍼’ 사업 접목 가능성을 검토했다. 경북과 세종도 다녀갔고 서울시에서는 지난 4월 ‘서울형 일하는 밥퍼 봉사단’을 구성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대한민국에 필요한 사업… 전국 확산돼야”

 

“못난이 농산물과 중소기업 제품이 어르신과 장애인 등의 손에서 살아납니다.”

김영환(사진) 충북도지사는 요즘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인력난 등을 자주 언급한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도내 홀몸노인의 증가와 노인 고독사 문제가 심화하고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어르신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김 지사는 어르신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 감소로 농촌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에서 인력난을 겪는 것도 김 지사의 고민거리다.

 

김 지사는 이들 과제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 ‘일하는 밥퍼’ 사업이라고 단언했다. 김 지사는 1일 인터뷰에서 “‘일하는 밥퍼’는 60세 이상의 어르신과 등록장애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경로당과 기타작업장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하는 밥퍼’ 사업은 초고령사회에서 노인과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혁신 정책”이라며 “어르신들이 단순 복지수혜자가 아니라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라고 주장했다.

 

다른 노인 일자리 사업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자발적 자원봉사라는 게 김 지사 설명이다.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적 자원봉사’라는 생각으로 일자리에 참여한다는 이유에서다. 자발적 사회참여 활동으로 어르신들은 우울·고독감을 해결하고, 활동비를 소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을 주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재감에 자긍심을 갖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했다.

 

‘일하는 밥퍼’에 참여하는 어르신은 대부분 75세 이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은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다가 이 사업으로 사회참여에 나서며 서로 간 유대관계를 쌓는다. 지난달에는 수분과 염류, 연작장해 등으로 잎끝이 말라 폐기해야 하는 부추를 매입해 ‘일하는 밥퍼’ 작업장에서 손질해 납품한 뒤 밥퍼 상생기부금을 맡기는 등 선순환 체계를 선보였다.

 

김 지사는 “일하는 밥퍼는 지속해서 고령화하는 충북, 나아가 대한민국에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도비와 추가적인 기부금 등 재원 확보가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생기부금(연합모금)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적립,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전국의 어르신이 ‘일하는 법퍼’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정부예산 확보와 정책 반영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한 달에도 몇 차례씩 ‘일하는 밥퍼’ 작업장을 찾는다. 김 지사가 직접 가사를 쓴 노래 ‘일하는 밥퍼송’을 홍보할 정도로 열정이다. 최근에는 여러 지자체에서 ‘일하는 밥퍼’ 사업을 익히기 위해 충북을 찾으면서 힘도 실리고 있다.

 

김 지사는 “충북이 시작하고 전국이 함께하는 이 사업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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