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업들, EB 발행·PRS 확대… 자사주 우회 꼼수 [심층기획]

관련이슈 세계뉴스룸

입력 : 2025-10-01 06:00:00 수정 : 2025-10-01 11:37:08
이현미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보유 주식 교환·주식 맡기고 대출…
기업들, 자사주 대체 자금 확보 나서
정부 ‘주주가치 제고 방침’ 역행 비판

정부∙여당의 3차 상법 개정안 처리 예고에 자사주 기반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거나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연내 자사주 소각 의무화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자 우회적으로 자사주를 대체할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들 기업 모두 EB 발행 결정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방침을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지난 24일 자사주 소각 대신 43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주가가 41만원대에서 3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EB는 자사주 등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회사채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전환사채(CB)의 경우 매입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겠다고 요구할 경우 신규 주식 발행 후 상장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에 EB는 이미 존재하는 주식을 교환해주기 때문에 현금화가 쉬운 장점이 있다. CB는 전환 시 주식 수가 늘어나고, EB는 보유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서 둘 다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KCC에 앞서 넥센, 대교, 덕성, 삼호개발, 비에이치, DB하이텍, 쿠쿠홀딩스, 태광산업 등도 EB 발행을 결정했다. 이들 기업 모두 이후에 주가가 하락했는데 특히 지주사가 EB 발행을 결정한 경우 주가 하락폭이 더 컸다. 2023년 국내기업의 EB 발행은 5건, 2024년 11건에서 올해는 9월까지 53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정권 방침에 반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KCC는 30일 EB발행을 철회했고, 태광산업은 잠정 보류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차 상법 개정을 앞두고 기업들이 지난 8월까지 자사주 기반 EB를 1조411억원가량 발행하며 유동화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 처분 시 주주를 구제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며 “신주 발행 때처럼 자사주 처분 시에도 유지청구권, 발행 무효의 소, 불공정한 가액으로 주식을 인수한 자의 책임이 적용되도록 하는 준용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놓고 정부 규제를 피하려다가 눈밖에 날 것을 우려하는 일부 기업은 PRS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PRS는 기업이 가진 주식을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맡기고 돈을 빌리는 일종의 파생상품 계약으로, 주식 매각 없이 현금을 조달하는 수단 중 하나다. 기업들은 이미 보유한 자사주에는 3차 상법에 따른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기반으로 최대한 자금을 뽑아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PRS를 통해 2조원,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기반으로 최대 3조원가량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니언

포토

아이유 '눈부신 미모'
  • 아이유 '눈부신 미모'
  • 수지 '매력적인 눈빛'
  • 아일릿 원희 '반가운 손인사'
  • 미야오 엘라 '시크한 손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