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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거대한 무기는 만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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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05 22:56:58 수정 : 2025-11-05 22:56:58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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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군사·과학 트렌드에 부합해야

거대한 무기는 전장에서 언제나 위력적일까. 오스만튀르크가 1453년 비잔틴 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 공략에 나설 당시 술탄 메메트 2세는 우르반 대포를 전면에 내세웠다. 무게가 19t에 달하는 우르반 대포는 450㎏짜리 포탄을 발사, 23차례의 침공을 버텼던 콘스탄티노플의 3중 성벽을 부숴버렸다. 이때부터였을까. 세계 각국은 전함처럼 거대한 외형과 강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 제작에 수백년간 매달려왔다.

하지만 무엇이든 정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있는 법. 자원만 낭비한 거대 무기들도 속출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옛소련은 포탑이 3개인 거대 전차 T-35를 만들었다. 포가 많으면 위력도 강할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무기지만, 움직임이 굼뜨고 기계적 문제가 많아 전쟁에서 독일군에 쉽게 격파됐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명령으로 만든 중량 180t짜리 마우스 초중전차는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 채 소련군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다.

거대 무기는 성능이나 크기만으로 위력을 발휘할 순 없다. 시대의 군사·과학 트렌드에 부합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시절 일본이 야심 차게 만든 7만t급 전함 야마토는 전함들끼리 맞붙는 해전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1941년 진주만 기습 이래 태평양전쟁의 주역은 항공모함과 함재기였다. 야마토는 상당 기간 항구에서 대기하는 등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 1945년 오키나와로 출동하던 도중 미군 항공모함 함재기 공습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일본 해군 기술의 집약체였지만, 시대의 변화에 뒤처졌던 결과였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던 핵추진잠수함은 어떨까. 이론적으로 무제한 잠항 능력을 지닌 핵추진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보다 더 크고, 항속거리도 길고, 속도도 빠르다. 먼바다를 빠른 속도로 항해해서 원양작전을 펼칠 수 있다. 성능만 놓고 보면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정치·군사적 환경에서 볼 때 핵추진잠수함이 한국에 급하게 필요한 무기인지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한반도 해역은 수심이 얕고, 물속 시야가 좁다. 해군 작전 반경도 넓지 않다. 정부의 주된 관심사는 역내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데, 한반도에서 수천㎞ 떨어진 대양에서 장기간 작전하는 데 적합한 핵추진잠수함을 거액을 들여 만들면, 효용성이 얼마나 될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는 거대한 크기를 지닌 핵추진잠수함 못지않게 강대국의 영해·영공 접근을 저지할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맞는 무기가 더 시급하다.

대형 함정을 타격할 대함탄도미사일(ASBM),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날아가는 극초음속미사일, 곳곳에 분산된 부대·무기·정보를 실시간 연결·융합하는 고속·고용량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정보융합·지휘통제체계, 무인기 등이 그것이다.

크기는 작지만 한반도 환경에 부합하고,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큰 첨단 기술이다. 이젠 시대의 환경과 변화를 토대로 한국 실정에 맞는 해양안보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크고 강력한 무기가 무조건 최고’라는 인식이 언제 어디서나 진리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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