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정부는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0%대, 내년에도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를 떠받치는 팽창 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재정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내년 110조원의 적자 국채가 발행되고 국가채무는 1400조원대로 불어난다.
어제 국회 공청회에서는 내년 예산안을 놓고 “과도한 재정 팽창은 국가 신용도와 물가안정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김대종 세종대 교수), “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빚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비판이 쏟아졌다. 친여 성향 인사조차 “성장 효과와 재정 건전성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걱정하는 판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내년 51.6%에 이르고 3년 뒤에는 58%까지 치솟는다. 이런 추세라면 비기축통화국의 국가부채 상한선인 60%가 깨지는 건 시간문제다. 당정은 빚잔치 우려와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인공지능(AI)만 28차례 언급하며 “AI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예산안”이라고 했다. AI 분야 예산이 올해보다 3배가량 많은 10조1000억원으로 편성됐다지만 전체 예산의 1.4%에 불과하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살포된 13조원의 소비쿠폰 예산보다 적고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등 ‘사회연대예산’ 26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마저 한 프로젝트에 수십조원을 집중투자하는 경쟁국과는 달리 수십 개의 사업으로 쪼개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와 국회는 머리를 맞대고 AI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투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세부 사업도 정교하게 설계하기 바란다. 여야는 국회에서 잠자는 AI 관련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고 AI 수요에 대응할 전력인프라 구축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AI 대전환’처럼 국가의 미래, 경제의 생존이 걸린 사안은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나랏돈을 쓰되 헤픈 씀씀이는 없는지 재원은 제대로 배분됐는지 꼼꼼히 따지는 건 국회의 책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선심성 지출과 불요불급한 예산은 반드시 솎아내야 할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쪽지예산’이나 밀실협상과 같은 구태도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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