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정치 중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를 위해 설치된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가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가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된 국경위 회의록 121건을 전수 분석했더니 상정 안건 중 원안대로 의결된 경우가 64.1%(398건)에 달했고 부결 안건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수정 의결된 201건은 대부분 자구 수정 수준에 그쳤다. ‘거수기’나 다를 게 없다.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요청안 등 일부 안건은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경찰의 국회 봉쇄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도 계엄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경위에서는 관련 안건도 제출되지 않았다. 이런 국경위가 왜 필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원회 구성부터 문제다. 현재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관급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위원 전원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친정부 인사 위주로 짜일 수밖에 없다. 태생부터 독립적인 감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인선 구조다. 사실상 국경위를 이끌어 가는 상임위원 자리에는 경찰 고위직 출신 인사만 임명된다. 이런 국경위가 경찰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나. 경찰이 ‘인권보호 업무체계 개선계획’이나 ‘집회·시위 문화 개선 방안’ 같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직결된 사안을 국경위 안건에서 누락하거나 늑장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여권의 ‘검찰개혁’으로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도맡게 됐지만, 경찰의 부실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최근엔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특활비 결제 의혹’ 수사가 검찰의 재수사 요청으로 재개됐다. 그 어느 때보다 국경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국경위 구성부터 운영 방안까지 다 뜯어고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경위 위원 추천 권한 일부를 국회나 대법원 등에 부여하거나, 위원 임명을 여야 추천과 합의 방식으로 바꾸는 개선안을 권고했다.
문재인정부 때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권 비대화 우려가 높자 경찰위원회(현 국경위)의 독립성을 높이고 운영을 실질화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흐지부지됐다. 국경위로 간판만 바꿔 달았다. 경찰 장악력이 약해질까 봐 그랬을 것이다. ‘국경위 실질화’는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들어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경찰의날 기념사에서 국경위 권한과 위상 제고를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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