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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⑥자유여행 싸이트 ‘아쿠아’ 운영 왕영호씨

입력 : 2007-12-06 11:46:00 수정 : 2014-06-23 10: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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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가 중심이 되는 여행 만들어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아쿠아’에서 포즈를 취한 왕영호씨. 그는 “여행소비자가 여행 문화·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몇 해 전 태국의 유명 휴양지인 푸껫으로 여행을 떠났던 P씨가 겪은 일이다. 국내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통해 여행을 나선 P씨 일행에게 현지 가이드는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대뜸 “푸껫에 오기 전 ‘푸껫에서 꼭 해야 할 일 22가지’라는 책을 읽어 본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몇몇이 손을 들자, 가이드는 낭패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들을 다른 사람들과 분리해 따로 ‘관리’하는 게 아닌가.

‘푸껫에서 ∼’라는 책에는 푸껫의 호텔·식당 가격에서 마사지·번지점프 등 체험상품 가격까지 ‘푸껫의 모든 것’에 대한 정보와 상세한 요금이 소개돼 있다.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가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여행지의 원가를 다 까발린 이 책은 당시 여행업계에 ‘공공의 적’이 됐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자유여행 사이트 ‘아쿠아’(www.aq.co.kr)의 운영자인 왕영호(39)씨다. 아쿠아는 여행 좀 다녀봤거나 여행업계에 몸담고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내 최초의 자유여행 전문 사이트다. 그는 현재 홍익대 근처에서 여행자 카페인 ‘아쿠아’도 운영하고 있다.

한쪽에 텐트가 설치되어 있고, 태국식 소파 등 전 세계에서 수집한 기념품으로 꾸며진 이색적인 분위기의 카페에서 왕씨를 만났다.

왕씨가 해외 여행지의 원가를 공개한 것은 관광객을 등쳐먹는 여행사의 행태를 비판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여행자가 ‘자유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그는 자유여행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0여년 전부터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을 떠나자고 외쳐왔다. 서강대 독문과(86학번)를 졸업한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몇몇 여행사에서 6년간 가이드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우리의 여행문화가 너무도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그는 패키지 여행이 성행하는 나라는 한·중·일 3국 정도이며, 유럽이나 미국에는 패키지 여행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여행사의 횡포도 결국은 여행사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리는 소비자가 많은 탓에 생겨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가이드 생활을 하며 한국의 여행문화가 얼마나 비뚤어졌는가를 몸소 체험했고,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폭약처리반’이라는 책을 96년에 펴내기도 했다.

그는 “신문에 나온 광고 몇 줄만 보고 자신의 며칠간 운명을 여행사에 맡기고, 동행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여행을 떠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다.

결국 그는 가이드 생활을 접고 99년 5월 ‘아쿠아’를 만들었다. 그는 자유여행이 ‘진짜 여행’이라고 확신했고, 앞으로 여행의 대세는 자유여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말하는 자유여행은 무엇일까. 그는 “현지 가이드가 없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가이드 없이 직접 나서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호텔과 식당을 찾을 수 있죠”라며 “처음에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한두 번만 해보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자유여행의 재미를 알게 되죠.”

왕씨는 일반인들이 직접 여행을 기획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상세하고 객관적인 여행정보를 채집했고, 이를 아쿠아에 담았다. 아쿠아는 생생한 정보와 깐깐한 평가로 여행자들 사이에 명성을 쌓아갔다. 아쿠아는 웹 사이트 분석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랭키닷컴’의 해외여행정보 분야에서 수년째 1∼2위를 다투고 있다.

아쿠아는 우리나라 여행정보 사이트 중 최초이자 유일한 유료 사이트이기도 하다. “여행사와 호텔· 항공사의 이익을 위한 정보가 아니라 여행자인 회원들을 위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니 여행자가 돈을 내야 하다고 설득했죠.”

현재 아쿠아의 전체 회원은 4만명에 달하고, 이들 중 약 3000명은 1년에 2만3000원씩 회비를 낸다. 회원들이 올린 정보는 모두 무료지만, 아쿠아가 자체적으로 만든 정보는 대부분 유료다. 유료로 운영하는 만큼 광고는 일절 싣지 않는다.

왕씨는 “처음 아쿠아를 시작할 때는 전체 여행 중 자유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미미했지만, 지금은 40%에 달한다”며 “아쿠아도 자유여행 문화를 확산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그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여행 컨설팅’이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지만, 이 역시 자유여행을 도와주는 서비스의 일종이다. 최근 여행의 추세가 개별화·소규모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족집게’ 여행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행 컨설팅도 유료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신혼여행 컨설팅의 경우 25만원을 받는다. 항공사·호텔 등과 유착하지 않고 정보 소개에 이윤을 일절 붙이지 않는 만큼 상담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신혼여행 컨설팅 만족도는 높으며, 아쿠아를 찾는 고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게 왕씨의 설명. 그동안 왕씨가 걸어온 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여행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여행’을 꿈꿔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왕씨는 말한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도 주로 여행사가 만들어 왔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뭉쳐 새로운 여행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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