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성사전시관 '여성과 이주…' 특별기획전

입력 : 2008-06-26 10:42:35 수정 : 2008-06-26 10:42:3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진新婦… 위안부… 파독 간호사 "100년 전에도 지금도 '女行'중"
◇사진신부들이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예비 남편들과 만나기 위해 호놀룰루에서 헤어지기 직전 촬영한 기념사진.
미국 하와이 ‘사진신부’와 일본군 위안부, 그리고 파독 간호사들. 우리에게 이들은 대체로 희생과 연민이란 단어로 기억된다. 우리 민족이 가난하고 힘이 없어 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미국의 사탕수수밭으로, 필리핀 버마 등 일본군 점령지로, 이역만리 서독으로 떠나거나 끌려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민족주의·가부장적 인식은 과연 올바르며 바람직한 것일까. 남편을 따라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 여성은 우리의 사진신부와 무엇이 다르고, 고국의 가족 부양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베트남 여성은 앞으로 파독 간호사에 버금가는 지위를 이 땅에서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여성사전시관이 12월17일까지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진행하는 특별기획전 ‘여성과 이주―100년간의 낯선 여행(女行)’은 사진자료, 미술작품 등을 통해 지난 100년간 이 땅 이주여성의 경험과 기억을 더듬으며 그 의미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전시회다.

100년 전 배우자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태평양을 횡단했던 여성들은 가난과 관습에 찌든 고국과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의 외국 출신 이주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이번 기획전의 출발이다. 김영옥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24일 열린 개막 강연에서 “여성 100년 이동사(史)는 물리적 환경과 정신적 배경은 달랐지만 늘 역사를 만든다고 가정된 남성주체를 위해 ‘집’이 돼야 했던 여성들이 그 낡은 이데올로기와 ‘집’인 자기 자신을 허물고 스스로를 재료 삼아 새로운 집과 자신, 그리고 의미를 세우는 과정과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00년 전이든, 지금이든 여성들의 움직임과 경계·국경 넘기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읽고 쓰고 외웠던 (가부장적 시각의) 기존 역사에 여성 관련 부분을 몇 장 끼워 넣는 식이 아니라 새로 다시 쓰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획전은 서독 간호사, 재일·재중 조선 여성의 구술사와 함께 ‘사진으로 보는 100년간의 여성 이주’ ‘사진신부 신여성 위안부 미군아내 파독간호사 등 그녀들의 초상’과 ‘그때도 지금도 우리는 女行한다’라는 제목의 7인 작가전 등으로 구성됐다.

유화 ‘떠나는 날에’ 등을 전시한 이정민씨는 “떠나든 떠나오든, 이는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없으므로, 혹은 더 잘살기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다”면서 “삶에서의 이주는 본질적으로 강제적이나 그 강제에는 개인의 내밀한 욕망과 꿈의 설렘이 함께한다”고 말했다. 여성사전시관의 박은수 실장은 “이주가 전 지구적 현상이 되고 있는 요즘, 지난 100년 동안 드러나지 않던 이주여성들의 경험과 기억을 더듬으며 여전히 지속되는 여성들의 이주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마련했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황우슬혜 '매력적인 미소'
  • 황우슬혜 '매력적인 미소'
  • 안유진 '아찔한 미모'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