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해외 법인을 설립한 서울옥션은 지난 10월7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첫 해외 경매를 열었다. |
올 초까지만 해도 80∼90%대에 달했던 경매 낙찰률이 50∼60%대로 뚝 떨어지고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줄줄이 유찰되는 등 미술시장에도 경제침체의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해외로 진출하여 시장을 확대하려는 몸짓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서울옥션은 지난 5월 크리스티, 소더비, 본햄스 등 다국적 경매회사에 이어 아시아 경매회사 중 첫 번째로 홍콩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 홍콩에서 첫 경매를 열었다. 세계 경제침체와 원화 환율 상승에도 앞서 열린 소더비 홍콩 경매보다 높은 수치인 65.6%, 총 274억원(1억7740만 홍콩달러)을 기록해 악재 속 선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번 경매는 아시아 작품뿐 아니라 홍콩 경매시장 사상 첫 서양현대미술 경매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판화판,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는 홍콩 경매시장 내 최고가를 경신하지 못했지만 추정가 90억원보다 높은 약 96억1000만원(62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이환권, 이호련, 권경엽 등 한국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추정가를 훌쩍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이로써 한국 젊은 세대의 동시대 작품이 홍콩 경매시장에서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반면 박수근, 유영국, 이대원, 오치균 등 한국 중진 원로급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유찰돼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옥션 측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소개되던 한국작가 작품을 본격 소개해 해외 미술계에 한국 미술 입지를 높일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다”며 “매년 홍콩에서 최소한 두 차례 경매를 실시하겠다”라고 밝혔다.
또다른 국내 메이저 경매사인 K옥션은 일본 신와옥션과 대만 킹슬리와 손잡고 아시아 최초의 연합 국제경매행사를 갖는다. 3국의 메이저 경매회사는 ‘2008 아시안 옥션 위크 인 마카오’란 이름으로 오는 28일 마카오에서 경매를 연다. 이 자리에선 K옥션 90여점, 신와옥션 300여점, 킹슬리 60여점 등 총 500여점의 아시아 동시대 미술품이 출품된다.
K옥션은 앤디 워홀의 ‘포 마릴린’(35억원 추정)을 비롯해 데미언 허스트, 장샤오강, 쩡판즈 등 해외 유명 동시대 작가들과 이우환, 권기수, 김동유 등을 비롯한 국내 동시대 작가들을 선보인다. K옥션 측은 “경기가 안 좋아 걱정이지만 낙찰 총액은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옥션 김순응 대표는 아시아 경매사와의 제휴에 대해 “2000년대 들어 아시아 미술시장이 블루칩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주도권은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서구 경매사에 있었다. 아시아 각국에서 서양인들의 눈으로 본 동양 작품이 아니라 아시아 작품을 아시아인의 손으로 선보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 경매사들끼리 협력하면 고객, 작가, 작품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며 “콜렉터들은 한번에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들은 작품 선보일 기회 넓히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표는 “이번 첫 해외 진출을 통해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국내 작가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엔 싱가포르 라라사티 옥션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 경매사까지 7개 회사가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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