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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도 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

입력 : 2010-03-26 21:51:52 수정 : 2010-03-26 21: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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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일하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경제의 모든 것/짐 스탠포드 지음/안세민 옮김/부키/1만4000원

짐 스탠포드 지음/안세민 옮김/부키/1만4000원
노동자들이 임금을 낮추면 정말로 일자리가 많이 생길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임금이 줄어들면 노동자들은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결국 기업의 이윤은 떨어지고 생산과 고용도 오히려 줄 수 있다. 반대로 임금을 올렸을 경우 기업의 이윤이 더 늘기도 한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직공들의 임금을 두 배로 올린 뒤 자동차 판매가 늘어 커다란 이익을 보았다.

1914년 헨리 포드는 노동자들에게 일당으로 5달러를 지급했다. 당시로는 아주 큰 금액이었으며, 노동자들은 그 돈을 모아 자기가 만든 자동차를 구입했다. 일반적으로 임금이 높으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 전체의 구매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임금이 주도하는(wage-led) 경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효과를 지나치게 믿어서는 안 된다. 높은 임금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어떨까. 보통은 정부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한다. 하지만 정부의 압력을 받으면 기업은 투자 결정 여부를 통해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정부가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펴면 지갑을 닫고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는 위축된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기업들이 공모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기업친화적인 자세로 돌아갈 때까지 그냥 투자 결정을 미루고 현금을 움켜쥐고 있기만 하면 된다. 기업은 투자하지 않겠다는 말 한마디만으로 정부를 기업친화적으로 돌아서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 수출을 위해 선적부두에 대기중인 자동차들. 자본주의체제 속에 제대로 살려면 생산과 소비, 투자, 수출 등 경제의 기본을 잘 알아야 한다.
이쯤 되면 우파이고 좌파이고 정치인이라면 기업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오늘날에는 좌파 정당들도 선거 때가 되면 기업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쓴다. 심지어 이들은 기업이 투자하지 않아 불황이 발생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국력을 가늠하는 국내총생산(GDP)을 집계할 땐 보통 돈을 벌지 않는 일은 제외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자의적이고 잘못된 것이다. 이를테면 가족을 위해 보수 없이 일하는 가사노동이나 자원봉사는 통계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가사노동을 가정부나 외식업체에 맡길 경우엔 GDP에 포함된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여성들이 맡는다. 따라서 GDP는 여성들의 경제적 기여를 낮게 평가하는 셈이다.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는 이처럼 평범한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비자들이 경제생활을 하면서 알아야 할 노동, 소비, 투자 같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개념과 특징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책엔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본주의 체제에 던져진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로 꼭 찼다.

책은 보통 사람들도 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가치 있는 경제 지식이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이를 무시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학자들의 분석과 조언이 종종 자신들의 처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모두 경제활동을 하면서 이해관계를 갖는다. 자신과 동일시하고 지켜야 할 경제적 이해관계 말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거대한 경제 시스템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정당한 권익을 얻도록 돕는 것이 바로 경제학을 가르치는 목적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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