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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아프리카 로망] 나미브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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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04 00:14:53 수정 : 2010-06-04 00: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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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 언덕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바다’ 장관
어제도 많은 여행객들이 모래언덕을 밟고 올라갔을 텐데
한 개의 발자국도 찾아 볼 수 없다
오렌지 색 모래언덕이 펼쳐져 있는 나미브 사막을 보러 가는 날이다. 나는 새벽 4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텐트에서 나와 야영장 주변을 돌아보니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있고 사방이 고요하다. 이른 시간이지만 나미브 사막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오늘 일출시간은 오전 6시 15분쯤이라고 한다.

본격적으로 나미브 사막을 구경할 수 있는 소수스블레이(Sossusvlei)는 세스리엠 캠프장에서 65km 정도 떨어져 있다. 소수스블레이는 나미브-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Namib-Naukluft National Park) 안에 있다. ‘소수스’는 나마족어로 ‘물이 모이는 곳’, ‘블레이’는 아프리칸스어로 ‘계곡(valley)’을 뜻한다. 그러니까 소수스블레이는 ’물이 모이는 계곡‘이 되는 셈이다. 사막의 이름이 ’물이 모이는 곳‘이라니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미비아 서남부의 소수스블레이 인근 사막은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100곳’ 가운데 한 곳으로 뽑히기도 한 곳. 200백 미터가 넘는 오렌지색 모래언덕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광경이 연출되는 곳이다. 하지만 나미비아 사막투어에서 찾아가는 곳은 전체 나미브 사막의 극히 일부이다. 나미브사막은 대서양을 따라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국경지대인 오렌지강에서부터 북쪽으로 앙골라 남부까지 걸쳐있는 길이 1600km의 긴 사막지대이다. 폭이 가장 큰 곳은 160km나 된다. 55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자 모래언덕으로는 가장 큰 사막인 나미브 사막은 대서양에서 불과 5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해안사막지대라고도 할 수 있다.

◇나미브 사막의 오렌지색 모래 언덕. 태양이 떠오르면 사막언덕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든다.
우리 일행은 세스리엠 캠프장에서 1시간을 달려 ‘둔 45(Dune 45)’에 도착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둔(Dune)’은 ‘모래언덕’이라는 뜻. ‘둔 45’는 세스리엠에서 소수스블레이로 가는 길목에서 첫 번째로 볼 수 있는 150m의 아름다운 오렌지색 모래언덕이다. 모래언덕의 이름에 숫자 ‘45’가 붙은 것은 둔 45가 세스리엠에서 ‘45km’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프를 타고 새벽녘의 어두움을 뚫고 부지런히 달려갔으나 우리보다 앞서 도착한 일행들이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아 어디가 사막언덕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나는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고 사막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걸음씩 올라가면서 위를 쳐다보니 모래언덕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경사가 급하다. 걸어 올라가면서 언덕을 뒤덮고 있는 모래바닥을 내려다보니 사람이 찾았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한 밤 중에 눈이 내려 사람의 발자국을 모두 덮어버린 순백의 눈길처럼 가는 모래들뿐이다. 분명 어제에도 많은 여행객이 모래언덕을 밟고 올라갔을 터이지만 사람의 발 길이 끊어진 황량한 사막처럼 한 개의 발자국도 찾아 볼 수 없다. 아마도 밤사이의 강한 바람이 사람의 흔적을 말끔히 쓸어버린 것 같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모래언덕에 새 발자국을 만들면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 뒤를 따라갔다. 손전등을 비추어야 발길이 보일 정도로 아직 컴컴하다. 한 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다리가 푹푹 빠진다. 20분 정도 올라가니 모래언덕 정상이다. 다시 10분 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일출광경은 어느 곳에서나 보아도 웅장하고 멋들어지지만 떠오르는 태양의 햇살을 받은 모래언덕이 점점 오렌지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멋스러움을 넘어서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태양이 떠오르자 어두움이 사라지면서 사막 전체가 온통 오렌지색이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서로 포즈를 취하며 셔터를 눌러 대기 바쁘다. 나는 1시간가량 언덕 정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아래로 내려 왔다. 껑충껑충 뛰면서 내려가니 발이 푹푹 빠지는 게 여간 재미있지 않다. 아래쪽에 내려가 모래언덕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자그마한 물체처럼 보인다. 모래언덕의 위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아래서 보니 언덕이 꽤 높다. 사막 아래에서는 또 다른 일행이 접이식 식탁을 펴놓고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소수스블레이에 이르는 길은 4륜구동자동차만 출입할 수 있다. 모래가 깊어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모래 속에 빠지기 때문이다.
‘둔 45’를 떠나 소수스블레이를 향해가면서 주변을 바라보니 모래언덕 일색이다. 크고 작은 오렌지색 모래언덕이 번갈아 나타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끝없는 모래바다다. 조금 달리다 보니 사막 팻말에 ‘소수스블레이 5km. 4x4’라고 쓰여 있다. 소수스블레이까지 5km밖에 남은 이곳부터는 4륜구동자동차만 출입할 수 있다는 표시이다. 모래가 깊어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모래 속에 빠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수스블레이로 들어가면서 모래에 빠진 자동차를 두 대나 목격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차에서 내려 차 뒤를 밀어주었으나 좀처럼 모래에 빠진 자동차는 모래에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역시 사막이라 땡볕에 강하게 느껴진다. 결국 사막에 빠진 두 대의 차량을 빼내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1시간. 온통 모래밭인 사막에서 운전하기는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차는 요령껏 사막을 건너질러 소수스블레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소수스블레이는 300m 높이의 모래언덕이다. 이 정도 되면 모래언덕이라기보다는 모래 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사막 한가운데 뾰족 솟아 있는 모래 언덕은 이집트 피라미드의 모습이다. 소수스블레이와 주변의 모래 언덕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어 오렌지색이 더욱 선명하게 돋보인다.

◇‘죽은 물구덩이’라는 뜻의 ‘데드블레이’. 하얗게 마른 땅 위에 고목(枯木)이 화석처럼 가지를 드리운 채 서 있는 모습이 붉은 사막과 배경을 이루면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소수스블레이를 구경하고 다음에 찾아 간 곳은 독특한 분위기의 데드블레이(Deadvlei). 데드블레이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땡볕을 한참 걸어가야 한다. 멀리서 보니 오렌지색의 사막 한 가운데에 하얗게 마른 땅이 덩그러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둥근 평지모양의 데드블레이는 옛날 물이 고여 있다가 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안쪽에 있던 나무들이 박제처럼 말라죽어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죽은 물구덩이‘라는 뜻의 ’데드블레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생명력을 잃은 고목(枯木)이 화석처럼 여기저기 가지를 드리운 채 서 있는 모습이 주변의 붉은 사막과 배경을 이루면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한쪽에서는 늘씬하게 생긴 여자모델이 나무에 기대어 포즈를 찍고 옆에서는 사진사가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러댄다.

사막 구경을 모두 마치고나서 시계를 보니 아침 9시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완전히 땡볕이다. 사막투어를 아침 일찍 다녀와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사막을 벗어나려는데 이번에는 우리 차가 모래에 빠지고 말았다. 저수투스와 에벤이 번갈아 운전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열심히 차를 밀었지만 모래 속에 파묻힌 바퀴는 여간해서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땡볕을 맞으면서 우리 차를 빼는데도 역시 한 시간이나 걸렸다.

돌아오는 길은 만만치 않게 덥다. 우리는 솔리테어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차를 빼느라고 한동안 햇볕을 받아서인지 얼굴이 후끈거린다. 더위를 참아가면서 스왑콥문트에 다시 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맥주 한 잔을 하니 스위트 홈에 돌아온 기분이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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