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많은 여행객들이 모래언덕을 밟고 올라갔을 텐데
한 개의 발자국도 찾아 볼 수 없다
본격적으로 나미브 사막을 구경할 수 있는 소수스블레이(Sossusvlei)는 세스리엠 캠프장에서 65km 정도 떨어져 있다. 소수스블레이는 나미브-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Namib-Naukluft National Park) 안에 있다. ‘소수스’는 나마족어로 ‘물이 모이는 곳’, ‘블레이’는 아프리칸스어로 ‘계곡(valley)’을 뜻한다. 그러니까 소수스블레이는 ’물이 모이는 계곡‘이 되는 셈이다. 사막의 이름이 ’물이 모이는 곳‘이라니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미비아 서남부의 소수스블레이 인근 사막은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100곳’ 가운데 한 곳으로 뽑히기도 한 곳. 200백 미터가 넘는 오렌지색 모래언덕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광경이 연출되는 곳이다. 하지만 나미비아 사막투어에서 찾아가는 곳은 전체 나미브 사막의 극히 일부이다. 나미브사막은 대서양을 따라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국경지대인 오렌지강에서부터 북쪽으로 앙골라 남부까지 걸쳐있는 길이 1600km의 긴 사막지대이다. 폭이 가장 큰 곳은 160km나 된다. 55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자 모래언덕으로는 가장 큰 사막인 나미브 사막은 대서양에서 불과 5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해안사막지대라고도 할 수 있다.
◇나미브 사막의 오렌지색 모래 언덕. 태양이 떠오르면 사막언덕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든다. |
한 걸음씩 올라가면서 위를 쳐다보니 모래언덕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경사가 급하다. 걸어 올라가면서 언덕을 뒤덮고 있는 모래바닥을 내려다보니 사람이 찾았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한 밤 중에 눈이 내려 사람의 발자국을 모두 덮어버린 순백의 눈길처럼 가는 모래들뿐이다. 분명 어제에도 많은 여행객이 모래언덕을 밟고 올라갔을 터이지만 사람의 발 길이 끊어진 황량한 사막처럼 한 개의 발자국도 찾아 볼 수 없다. 아마도 밤사이의 강한 바람이 사람의 흔적을 말끔히 쓸어버린 것 같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모래언덕에 새 발자국을 만들면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 뒤를 따라갔다. 손전등을 비추어야 발길이 보일 정도로 아직 컴컴하다. 한 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다리가 푹푹 빠진다. 20분 정도 올라가니 모래언덕 정상이다. 다시 10분 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일출광경은 어느 곳에서나 보아도 웅장하고 멋들어지지만 떠오르는 태양의 햇살을 받은 모래언덕이 점점 오렌지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멋스러움을 넘어서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태양이 떠오르자 어두움이 사라지면서 사막 전체가 온통 오렌지색이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서로 포즈를 취하며 셔터를 눌러 대기 바쁘다. 나는 1시간가량 언덕 정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아래로 내려 왔다. 껑충껑충 뛰면서 내려가니 발이 푹푹 빠지는 게 여간 재미있지 않다. 아래쪽에 내려가 모래언덕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자그마한 물체처럼 보인다. 모래언덕의 위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아래서 보니 언덕이 꽤 높다. 사막 아래에서는 또 다른 일행이 접이식 식탁을 펴놓고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소수스블레이에 이르는 길은 4륜구동자동차만 출입할 수 있다. 모래가 깊어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모래 속에 빠지기 때문이다. |
소수스블레이는 300m 높이의 모래언덕이다. 이 정도 되면 모래언덕이라기보다는 모래 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사막 한가운데 뾰족 솟아 있는 모래 언덕은 이집트 피라미드의 모습이다. 소수스블레이와 주변의 모래 언덕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어 오렌지색이 더욱 선명하게 돋보인다.
◇‘죽은 물구덩이’라는 뜻의 ‘데드블레이’. 하얗게 마른 땅 위에 고목(枯木)이 화석처럼 가지를 드리운 채 서 있는 모습이 붉은 사막과 배경을 이루면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
사막 구경을 모두 마치고나서 시계를 보니 아침 9시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완전히 땡볕이다. 사막투어를 아침 일찍 다녀와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사막을 벗어나려는데 이번에는 우리 차가 모래에 빠지고 말았다. 저수투스와 에벤이 번갈아 운전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열심히 차를 밀었지만 모래 속에 파묻힌 바퀴는 여간해서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땡볕을 맞으면서 우리 차를 빼는데도 역시 한 시간이나 걸렸다.
돌아오는 길은 만만치 않게 덥다. 우리는 솔리테어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차를 빼느라고 한동안 햇볕을 받아서인지 얼굴이 후끈거린다. 더위를 참아가면서 스왑콥문트에 다시 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맥주 한 잔을 하니 스위트 홈에 돌아온 기분이다.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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