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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 ‘엉터리 복원’ 관련 기관·자문교수 '네 탓'만

입력 : 2012-01-17 23:54:18 수정 : 2012-01-17 23: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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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림원종 현대방식 제작’ 책임 회피
중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이 전통기법으로 만들었다는 범종이 현대 방식으로 제작됐고, 전통기술 재현 과정을 기록한 책자 내용이 잘못됐다는 세계일보 보도〈2011년 4월25일자 1면, 2012년 1월6일자 6면〉와 관련해 관계기관들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화재청이나 국립중앙과학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한결같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범종 제작 자문에 참여한 교수들은 침묵이나 해명으로 일관으로 하고 있다.

1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성종사 대표인 원광식씨는 일제 때 맥이 끊긴 전통 밀랍주조 방식의 범종 기술을 재현한 점이 평가돼 2001년 범종 제작 인간문화재인 주철장이 됐다.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동국대 최응천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범종 주조기술 가운데 용뉴와 음통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밀랍을 사용해 문양과 외형틀을 제작하는 주조가 새롭게 시행됐다”며 “현재 중량이 작은 1m 이하의 작은 범종만이 (전통 방식이) 재현됐을 뿐이지만 차후 보완될 것이라 믿는다”고 평가했다.

원씨는 이후 2004년 10월 대전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 6·25 때 소실된 선림원종(높이 1m22㎝, 구경 68㎝)을 전통 밀랍주조 기법으로 복원하는 작업에 나섰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가기록물 사업 일환으로 그 과정을 기록해 ‘주철장’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자문단에 속한 최 교수는 범종이 완성된 2005년 1월25일 소견서에서 “선림원종이 완벽하게 재현된 것은 한국 주조과학 기술에 획기적인 연구 성과”라고 자필로 기록했다. 다른 자문위원인 서울대 이장무 교수도 “용두의 아름다운 형상이 잘 표현된 훌륭한 주조, 아름답고 깨끗하며 적절한 맥놀이 음향에 비추어 볼 때에 이 종은 매우 훌륭한 종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원씨는 2006∼07년 소실 또는 파손된 국보·보물급 문화재인 낙산사종과 내소사종, 청룡사종을 잇달아 수주했으며, 전통 기법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취재팀 확인 결과 원씨는 전통 밀랍기법이 아닌 현대 방식으로 이 종들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종사가 출간한 낙산사·내소사·청룡사 종의 제작 보고서에는 현대 기법으로 종을 제작한 과정이 담겨 있고, 선림원종 용뉴와 음통에는 화학물질인 실리콘이 남아 있다.

특히 ‘주철장’ 집필진 중 한 명인 A씨는 “(선림원종 제작은) 전부 쇼를 위해, 사진찍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원씨는 하는 척만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원씨가 2006년 깨진 ‘민주의 종’을 땜질해 광주광역시에 납품한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김삼기 무형문화재과장은 “원씨에게 전통 밀랍주조 기법의 원천기술이 있는지 상반기 중 검증할 계획이지만, ‘주철장’ 책 내용이나 선림원종 제작에 대해서는 문화재연구소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문화재연구소 이재필 연구관은 “문화재청에 물어봤더니 ‘어떻게 할지 대응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하더라”면서 “책 교정은 후속 사항”이라고 말했다.

주철장 제작에 참여한 국립중앙과학관 윤용현 학예연구관은 “문화재연구소에서 준 비디오와 원씨의 구술을 토대로 책을 썼다”며 “원씨가 오는 3월 시연회를 한다고 하니 그때 보면 (제작과정이) 명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무 교수는 “나는 전공이 음향이라 음향만 확인했지, 밀랍주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응천 교수는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별기획취재팀= 박희준·신진호·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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