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세와 소득세는 전년도 경제활동과 연동하고, 부가가치세는 올해 경제상황이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세입감소는 불가피하다. 기업은행(5조1000억원)과 산업은행(2조6000억원)의 지분매각을 통한 세외수입에도 구멍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입감소가 뻔한 상황에서 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경기대응을 강화해야 하고 새 정부의 대선공약 달성을 위한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 공약이행을 위해서는 2013∼2017년 135조원가량이 필요하다. 정부는 81조5000억원을 세출 구조조정으로, 53조원을 세입 확충으로 조달키로 했다. 세출 구조조정방안은 4월 말 재정개혁위원회를 거쳐 내고, 중장기 세입확충방안은 8월 세법 개정안 발표 때 공개할 예정이다.
또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경제활력과 민생안정을 위해 10조원이 넘는 추경까지 편성하면 재정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추경을 일자리 확대와 취약층, 중소기업 지원을 늘리는 데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균형재정’을 ‘우리 경제의 최후의 보루’라며 그토록 강조하던 정부가 정권이 교체되자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2012∼2016년 중기재정운용계획’를 세우면서 올 예산안의 관리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를 4조8000억원 적자로 편성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가 0.3% 적자 수준이지만, 균형재정 기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세입감소와 지출증가가 예상되자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균형재정’이란 용어 대신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겠다며 슬그머니 말 바꾸기까지 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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