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한파… 부동산 경매시장도 얼었다

서울 낙찰률 23%·낙찰가율 73%로 ↓
잔금 못내 보증금 수천만원 날리기도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부동산 경매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법원 경매시장의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급락하는가 하면 낙찰받고 잔금 납부를 포기하는 사례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10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서울 경매시장의 낙착률은 23.7%로 지난 6월(41.5%)보다 17.8%포인트 하락했고, 낙찰가율도 같은 기간 17.8%포인트 낮은 73.5%에 그쳤다. 경기지역도 같은 기간 낙찰률은 18.7%포인트 낮아진 26.7%, 낙찰가율은 15.9%포인트 낮아진 72.4%에 머물렀다.

11월 한 달간 수도권에서 재매각(낙찰대금 미납으로 다시 경매에 부쳐지는 것) 물건 수는 주택 169건, 상가는 76건에 이른다.

◆낙찰률·낙찰가율 급락=올 들어 부동산 경매시장의 낙찰률은 절반으로 추락했다. 서울지역 경매시장 낙찰률은 올 초 50%를 상회했다. 1월과 2월은 각각 56.7%와 51.8%로 비교적 안정적인 낙찰률을 보였다.

그러나 3월부터 낙찰률이 50% 이하로 내려가기 시작해 6월에는 41.5%로 주저앉더니 10월과 11월에는 각각 23.1%와 23.7%로 급락해 올 들어서만 절반으로 줄었다. 경기지역도 올 상반기에는 50% 내외를 유지하다 하반기 들어 급락하기 시작해 10월 27%, 11월 26.7%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을 나타내는 낙찰가율도 올 초 80%대 후반에서 11월 7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실제로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428동 401호(공급면적 99.61㎡)는 지난 7월부터 경매시장에 나왔으나 3번의 유찰 끝에 4번째인 지난 1일에야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가 10억원이었으나 4번째 입찰에서 6억3555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63.5%에 그쳤다.

◆낙찰 포기 사례 급증=경매시장에서 낙찰받은 뒤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는 응찰 시 보증금 10%를 내고, 낙찰 후 45일 내에 잔금 90%를 내야 한다. 만일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보증금은 몰수되고, 물건은 재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11월 수도권 경매시장에서 재매각된 주택은 169건으로, 이 주택의 입찰보증금은 37억91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 한 채당 2200만원의 입찰 보증금을 냈다가 포기한 셈이다. 상가를 낙찰받았다 포기한 사례도 76건으로, 이로 인해 법원에 몰수된 입찰 보증금은 13억3570만원, 평균 1800만원 정도다. 이에 따라 11월 한 달 동안 법원에 몰수된 입찰 보증금만 50억4488만원에 달한다.

강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