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GM·포드에 공급 ‘대박’…삼성SDI도 ‘선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필수적인 중·대형 2차전지 시장에서 LG화학·삼성SDI·SK에너지의 ‘빅3’ 경쟁구도가 가열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주전에서 밀리는 인상을 풍기던 SK에너지가 현대차의 순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로 단독선정되면서 LG화학과 삼성SDI의 양강 구도를 일거에 깨뜨렸다.
◆SK에너지 국내 전기차 선점=SK에너지는 22일 현대·기아차가 소형 해치백 모델인 ‘i10’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고속 전기차 양산 모델과 차기 모델에 2차전지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다임러 그룹 미쓰비시 후소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2차전지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성과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i10을 플랫폼으로 하는 고속 전기차 30대를 시범운영하고 올 연말부터 양산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SK에너지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2차전지는 한 번 충전하면 최장 16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시속 13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2차전지 용량의 80%까지 고속 충전하는 데는 20분이 걸리고 일반 충전 방식으로는 100% 충전되는 데 6시간 걸린다.
SK에너지는 올해 초부터 현대·기아차와 함께 지식경제부 국책과제인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아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다임러 그룹의 미쓰비시 후소 상용차에 이어 이번에 현대·기아차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승용차와 상용차 양대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라며 “앞으로 현대·기아차의 고속 전기차용 2차전지 물량을 선점해 업계에서 확고히 위치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LG화학·삼성SDI는 세계 무대 우뚝=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LG화학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미국의 ‘빅3’ 중 1, 2위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잡았다. 최근 발표된 포드의 전기차 ‘포커스’의 2차전지 독점 공급으로 LG화학은 국내외에서 총 7개 완성차업체의 ‘그린카’ 배터리 분야를 선점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홀랜드에서 열린 2차전지 생산공장 기공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한 대목은 이 같은 상승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2008년 9월 전 세계 자동차 전장업계 1위 기업인 독일 보쉬사와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설립한 삼성SDI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SB리모티브는 지난해 8월 세계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 BMW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전지의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업체 델파이사에 2012년부터 하이브리드 상용차용 리튬이온 전지를 단독 공급할 업체로 뽑혔다. 지난 3월에는 오토바이 전문업체인 S&T모터스에 전기이륜차 100만대분의 리튬이온전지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활발한 수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2차전지=충전해서 쓰는 전지로 휴대전화·노트북·디지털 카메라 등에 들어가는 소형 2차전지와 자동차·산업용으로 쓰이는 중·대형 2차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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