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새 국면
채권단은 이날 현대건설 매각공고에 따라 인수의향서를 마감한 결과 현대그룹 컨소시엄과 현대·기아차그룹 2곳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때 일부 언론에 인수전 참여설이 나돈 사우디 아라비아의 기업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전략적 투자자로 M+W그룹을 끌어들인 것은 무엇보다 인수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필요한 자금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준비된 ‘실탄’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조5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현대·기아차그룹에 자금력 싸움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전략적 투자가 절실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동안 채권단 일각에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과연 안정적으로 경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있는 만큼 현대건설을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함으로써 이 같은 의구심도 해소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재무적 투자자와는 달리 전략적 투자자는 지분을 갖고 경영의 책임을 지게 된다. 그만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격에 필요한 ‘스펙’을 쌓게 된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M+W그룹은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등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세계적인 기업”이라면서 “이 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함으로써 현대건설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글로벌 시장을 함께 개척해 현대건설을 세계적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한 단계 발전시킬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금이 풍부한 현대·기아차가 다소 앞서는 것처럼 보였던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의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계기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양측이 이제 거의 대등한 수준에서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벌이게 된 것이다. 이선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적통성 확보, 그룹 경영권 승계 방편 등의 말들이 나돌지만 실제 이유는 현대건설이 누가 봐도 대단히 매력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라며 “워크아웃 종료 4년 만에 영업이익 1위로 변모한 알짜 기업인 만큼 양측의 M&A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W그룹은 어떤 기업
1912년 창립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M+W그룹은 첨단기술시설, 생명과학산업, 에너지 및 환경기술, 하이테크 기반시설에 관한 세계적인 건설기업이다. M+W그룹의 주요 사업영역은 첨단전자산업, 생명과학, 태양광발전, 화학, 자동차, 정보기술(IT)을 비롯한 유수의 연구기관과 대학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M+W그룹은 지금까지 200개 이상 반도체 공장과 총 7700㎿ 이상 태양광발전소, 다수의 연구개발(R&D)센터를 건설했으며, 유럽과 미국 및 아시아에 걸친 임직원 수가 5000여명에 이른다고 현대그룹 측은 밝혔다.
M+W그룹의 오너인 조지 스툼프 회장은 26세의 나이에 오스트리아 빈의 최고층 빌딩인 50층짜리 밀레니엄 타워를 건설한 기업가이다. 그는 현재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신재생에너지, 부동산 개발, 금융투자 관련 기업을 운영하는 유럽의 입지전적 기업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최현태·김청중 기자 htchoi@segye.com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 비교 | ||
현대·기아차그룹 | 현대그룹 | |
현금자산 | 4조5000억원 | 1조5000억원 |
2009년 매출액 |
50조2750억원 | 10조5000억원 |
계열사 | 30개 | 1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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