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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반짝'… 촛불 꺼지는 대학가

입력 : 2013-07-04 01:20:55 수정 : 2013-11-23 18: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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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규탄 자리 정치피켓 등장
“학우 의견 왜곡소지” 항의 쏟아져
서울대 총학선 시국선언 부인
촛불집회 참여 열기도 떨어져
지난 1일 고려대총학생회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는 사과문이 올라왔다. “국가정보원 사태를 규탄하는 성명서 발표 중 노동자연대학생그룹에서 준비한 피켓에 ‘몸통은 박근혜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는데 학생회가 사전에 피켓을 제지하지 않은 것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학우 여러분들에게 사과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대학가 시국선언이 이어지던 지난달 말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교내 운동권단체가 ‘정치적’ 피켓을 들었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진 데 따른 총학생회의 사과였다.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중대한 자리에서 성명서를 왜곡할 취지가 있는 피켓을 내려 달라는 요구를 할 필요가 있었으나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3일 각 대학에 따르면 검찰의 국정원 선거 및 정치 개입 의혹 수사 발표 직후 ‘시국선언’을 이어가던 대학가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 잇따른 정치 개입에 대한 비판여론이 쏟아지면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와 같은 대규모 촛불집회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실상은 다소 거리가 있는 분위기다.

서울대총학생회는 지난달 말 ‘서울대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가자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을 규탄했지만 시국선언을 한 것은 아니다. 시국선언은 차후 의견수렴에 따라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총학생회는 이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제2의 촛불집회’에 대비했지만 ‘거리’의 열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까지 서울 광화문, 종각 등 도심 세 곳 이상에서 열렸던 촛불집회는 2일 한대련(21세기한국대학생연합)과 인터넷 카페 주최 두 곳으로 줄더니 3일엔 한대련 주최로 한 곳에서만 열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분위기가 우려했던 것만 못한 건 사실”이라며 “2008년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학생과 여성의 참여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과 현재는 집회 계기와 진행 모두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은우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대선 결과를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시민사회의 힘이 소진된 상태에서 대안세력 부재 등으로 무력감이 퍼져 있는 상황”이라며 “2008년은 정치적 관심이 있든 없든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홍원표 한국외대 교수(사회과학대 자유전공학)는 2008년 촛불 집회를 거치며 표현의 자유와 저항정신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홍 교수는 “현실 상황이 부조리하고 부당함에도 학생들이 저항정신을 표출하지 못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나 흐름은 행동으로 표출했던 광우병 사태 때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2008년 소고기 수입이 일방결정된 것과 달리 국정조사 등 제독권 정치 과정이 있다"며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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