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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수박 겉핥기식 조사… '25억짜리 부실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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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29 22:10:04 수정 : 2009-06-29 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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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10일 현장조사… 4일만 조사한 기관도
“여분 없어 보고서 못봐” 문화재위원들 불만
국토부선 지표조사 면적 계속 줄이려고 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문화재 지표조사가 자연문화재, 고건축 등은 제외한 채 매장문화재만 대상으로 한 데다 그나마 시간에 쫓겨 서둘러 실시한 정황이 드러남으로써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 정책을 심의하는 위원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정부의 최종 보고서를 보지도 못한 채 문화재 정책을 심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억원짜리 ‘부실’ 조사 논란=정부는 지난 2∼3월 두 달간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지표조사 면적만 2억9182만1985㎡에 이른다. 23개 전문기관에서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예산은 24억5065만5500원이 쓰였다. 조사기관들은 한 업체당 1268만7912㎡를 조사했다. 이 기간 중 기관들은 현장조사에 총 248일을 투입함으로써 평균 약 10일을 현장조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고작 4일간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조사기관들은 보고서에 시간의 촉박함과 지표조사의 한계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관들은 보고서 말미에 종합 의견으로 ‘현장조사 기간이 짧고 사업 범위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매장문화재에 대한 조사에 초점을 맞췄다’며 ‘수중조사를 비롯해 인문 및 자연환경, 역사적 경관 등의 제 분야에 대한 조사는 차후의 과제로 남게 됐다’고 적었다.

또 일부 기관은 4대강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같은 시기에 조사를 해 토·일요일에 집중 조사를 하거나 문헌에 의지하고 현장조사를 소홀히 한 흔적도 역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25억원짜리 부실 보고서’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조사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차가운 날씨와 부족한 인력 등 조사 한계로 연구가 쉽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으며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들 “여분 없어 보고서 못 봐”=문화재 정책을 결정하는 문화재위원들은 정작 보고서도 보지 못한 채 심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4대강 살리기 문화재 지표조사에 대한 매장문화재분과 회의를 지난 3월27일과 5월22일, 6월26일 세 차례 열었다. 그러나 보고서가 이미 작성된 5, 6월 회의에서도 참석위원들은 보고서를 전혀 보지 못한 채 간략한 결과보고로만 사안을 검토했다.

6월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정부에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를 요구했지만 ‘여분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보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시굴·발굴·수중 조사 등 각종 추가 조사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매장문화재분과위는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는데 언론·경제·법률 전공 3명, 전·현직 박물관장 등 공무원 3명도 참여하고 있다. 과반이 문화재와 직접 관계가 없거나 공무원인 셈이다. 시민단체들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결정을 해야 할 위원회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23개 문화재조사연구기관이 국토해양부 의뢰로 작성한 ‘4대강 문화재 지표조사 보고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 유역 문화유적을 조사한 결과가 기록되어 있다.
◆집요한 조사면적 줄이기=
2월부터 본격화한 4대강 사업 관련 문화재 정책 추진 과정을 추적하면 국토해양부가 집요하게 문화재 조사 영역을 줄이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애초 국토해양부가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려 한 영역은 강줄기 바로 옆부터 제방까지의 협소한 ‘제외지’뿐이었다. 그러나 조사기관은 물론 문화재청조차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표조사는 제외지+제방에서 500m로 확대돼 실시됐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실무를 맡고 있는 국토해양부 산하 각 지방 국토관리청은 5월 문화재위원회에서 또다시 추가 조사 영역을 축소하려 했다. 제외지마저 흙깎기구역과 흙쌓기·존치구역으로 나눠 제외지 면적의 30%도 안 되는 흙깎기구역에 대해서만 연구기관이 권고한 추가 시굴조사를 이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 성토구간인 흙쌓기구간과 존치구간은 비닐하우스 철거, 표토 제거, 농경지 단계적 정리 등으로 매장문화재 훼손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문화재 추가 조사가 필요한 4대강 사업영역은 3991만3649㎡에서 1180만5362㎡로 70%나 줄어든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계는 “상식에 어긋나는 억지”라며 비판하고 있다. 흙쌓기·존치구간은 철거·표토제거·정리작업 과정에서 매장문화재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고, 지반하부구조가 연약지반일 경우 문화재는 더욱 심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 지방 국토관리청은 게다가 흙깎기구역에서조차 문화재조사기관들이 권고한 시범발굴(시굴) 대신 표본시굴조사를 채택해 발굴 일정을 앞당기려 했다. 이를 심의한 문화재위원회는 일부 민간 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흙쌓기구간은 시굴조사 대신 표본시굴조사 및 분포확인조사를 실시하고 존치구간은 사업자들 의견대로 ‘향후 해당 지역에 대한 형질 변경이 수반될 경우 문화재청과 협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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