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장노년층·수도권 중심 확산 가능성
비환자가 타미플루 투입땐 내성생겨 자제해야

추석 민족 대이동을 앞두고 신종플루의 급속한 확산 우려로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남반구에 내려갔던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다시 북반구로 되돌아오면서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방역당국은 24시간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신종플루 방역을 총괄하고 있는 이종구(52·사진) 질병관리본부장을 29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집무실에서 만나 신종플루 확산 현황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이 본부장은 “지금은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초기보다는 공포스럽지 않다”며 “흔히 1차 파동보다는 2차 파동이 더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치료·예방법에 대해 대비를 하는 등 권투로 말하자면 ‘맷집’을 키웠기 때문에 (신종플루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본부장이 ‘신종플루가 공포스럽지 않다’고 말한 데는 신종플루의 사망률이 계절독감 수준이거나 낮은 것으로 보고되기 때문이다. 그는 “보통 계절독감의 사망률을 0.2% 정도로 보고 있지만 국내 신종플루 사망률은 0.055%, 호주는 0.3% 수준”이라며 “당초 전 세계는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 큰 피해를 우려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안정적인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해 이를 피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석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학생과 군인 등 젊은 사람 중심으로 돌던 바이러스가 추석 이후 장·노년층으로 유행하고, 지역적으로도 서울·경기 등 인구밀집지역에서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신종플루 차단의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개인 위생을 꼽았다. “추석을 앞두고 나라에서 역과 터미널 등지에 체온감지기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라며 “‘소나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속담처럼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은 추석 때 이동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손을 잘 씻고 기침예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타미플루 사재기에 대해선 “현재 국가비축물량을 시중에 충분히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처방전만 있으면 거점병원과 약국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며 “이상이 없는 사람이 타미플루를 투약할 경우 구토와 설사, 구역질 등의 부작용과 함께 내성이 생겨 정부에서 권유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3년 AI(조류인플루엔자) 유행시 방역 담당을 맡았던 이 본부장은 하반기 중점 사항으로 백신접종을 꼽았다. 그는 “신종플루는 환자 1명당 1.5명의 새로운 환자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전 인구의 30%가 백신접종을 받으면 더 이상 전파가 안 된다”며 “다른 나라의 임상결과 9세 이상은 1회 접종만으로도 면역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임상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예측되는 만큼 백신량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2월까지 1376만명에 대해 접종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음달 예방접종심의위원회에서 역학적 상황과 환자발생, 사망률 등을 고려해 대상군을 지정하지만 백신량이 모자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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