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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수능·EBS 연계 실효성 논란

입력 : 2010-11-29 18:06:00 수정 : 2010-11-29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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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력 높아졌지만… ‘연계율 70%’ 후폭풍
난이도 관리 실패… 중하위권 수험생들 낭패
지난 18일 치러진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육당국이 EBS 교재 및 강의와 상당부분 연계했다고 공언했는데도 학생들이 느낀 체감연계율은 지극히 낮아 혼선이 빚어졌다. 이로 인해 EBS 교재와 연계한 수능 출제가 수험생 부담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수능 직후 실효성 논란 속에 “교육 정책은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며 EBS 수능강의 연계 정책을 일관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사교육이 필요없는 시험을 만들겠다는 교육당국의 의도가 일단 실패로 돌아간 만큼 EBS 연계를 고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체감도 떨어지는 EBS 연계 실효성 논란

수능 직후 EBS와 수능 출제를 담당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EBS 교재 연계율이 과목별로 70∼80%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수능에서 EBS 교재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문항은 30% 안팎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 50%, 9월 모의평가에서 60%로 높아졌고 본 수능에서는 70%까지 올라갔다. 언어영역은 전체 50문항 중 36개 문항이, 수리 가형은 40문항 중 29개 문항이, 수리 나형은 30문항 중 24개 문항이 EBS 교재·강의와 연계 출제돼 실제 연계율이 각각 72.0%, 72.5%, 80%에 달한다.

그러나 수험생 대다수는 “비슷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EBS 교재를 봤다고 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았다”고 말한다. 즉, 연계 체감도는 교육당국이 발표한 연계율에 크게 못 미친다는 의미다.

이유는 평가원이 ‘문제를 꼬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인 김성길 교사(인천 연수고)는 “교재를 깊이 공부한 학생에겐 쉬울 수도 있겠지만 중하위권 학생은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도 “EBS 연계율은 높아졌지만 고난도 문항은 변형된 형태로 출제되면서 변별력은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문제 위주로 연계됐고 평이한 문제도 한 차원 더 사고를 요하는 방식으로 변형되면서 시험 난도가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이는 EBS 연계율 상향 조정이 결국 더욱 어렵게 출제하도록 만든 셈이다.

실제로 수능 출제기관은 EBS 연계율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3월 “수능에서 EBS 교재를 70%까지 연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EBS 교재 연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출제 한달여를 앞둔 상황에서 6월 모의평가에서 50%까지 바로 반영해야만 했다. 급히 9월 모의평가 60%, 수능 70%라는 목표치가 제시됐다. 과연 사교육 감소 효과가 어느 정도나 있을지, 어떠한 방식으로 연계해야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을지를 놓고 충분히 논의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EBS 연계율 상향 조정 방침이 나온 이후 EBS 교재가 불티나게 팔렸으나 일각에선 문제풀이 중심인 EBS 교재에서 문제를 똑같이 내지 않는 이상 사실상 연계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성과는 없고 수험생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됐고,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으로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BS 교재 연계 계속해야 하나’ 엇갈리는 의견


교육당국은 수능과 EBS 교재의 연계를 꾸준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나 교육계 안팎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교육 절감’이란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 EBS 교재 연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EBS 교재 연계 찬성론자들은 이번 수능을 통해 EBS 교재를 꼼꼼히 공부하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므로 몇년간 이를 지속하면 EBS 중심의 수능 준비가 정착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병길 서울 영등포고 교사는 “EBS 교재를 대충 본 학생은 체감도가 높지 않았지만 교재에 나오는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간 학생은 체감도가 매우 높았다”면서 “EBS 연계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상위권 학생들이 앞으로 EBS 교재 중심으로 수능 준비를 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사교육 의존도가 자연히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론자들은 “EBS를 연계해도 수능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결국 사교육을 줄일 수 없다”고 반론을 편다. 사교육 시장도 EBS 연계 출제 방침에 발맞춰 EBS 교재 분석, 교재 심화 응용문제 대비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EBS 연계율을 높인다고 발표하면서 사교육업계가 일시 주춤했는데 수능을 치르고 나니 어떤 식으로 강의를 새로 구성해야 할지 분명해졌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EBS 교재에 나오는 개념을 철저히 분석하고 한차원 높은 응용, 심화 문제를 만들어 풀어주는 방식의 강의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EBS 교재를 훑어보는 정도로 수능 고득점을 기대할 수 없고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학교 수업에서 심층적으로 다룰 수 없는 내용을 원하는 학생들의 사교육 수요가 여전할 것으로 사교육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사교육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EBS 교재를 반드시 봐야 함으로써 더해지는 수험생 부담을 고려해 EBS 교재와 수능의 연계 여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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