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소장중인 심환지 자료와 연계 연구해야” 최근 공개된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正祖)의 비밀어찰 매입을 놓고 경기도박물관과 수원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원시는 정조가 축성한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수원에 있는 만큼 시에서 이를 매입해 ‘정조학 연구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도 박물관은 이미 소장 중인 심환지 관련자료와 함께 보관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다.
5일 이들 기관에 따르면 수원시는 지난달 9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이 조선 정조의 비밀어찰을 발굴해 공개하자 곧바로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시 김영규 문화체육국장은 “수원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이 있고, 정조의 업적을 기리는 각종 사업을 펼치고 있어 새로 발견된 정조의 어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매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시는 조만간 어찰을 공개한 동아시아학술원을 통해 소장자와 접촉해 매매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며, 매입 후 오는 4월 개관 예정인 화성박물관에 소장하고 연구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시는 장기적으로 화성박물관 부설로 가칭 정조학연구소를 설립, 이 어찰을 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공개된 비밀어찰 이외에도 시는 정조가 남인계 거두 채제공(1720∼1799)에게 보낸 어찰 9통과 화성유수와 정조 호위부대 장용대장을 지낸 조심태(1740∼1799)에게 보낸 어찰 15통을 소장하고 있다.
반면 도 박물관은 최근 심환지 관련 자료를 280여점 소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 어찰의 매입 필요성을 강조, 최근 어찰 소장자 확인 작업에 나섰다.
도 박물관은 2007년 심환지 후손들로부터 영정과 책 등 심환지 관련 자료들을 기증받아 소장하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어찰이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인 만큼 기존 심환지 관련 소장자료와 연계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박물관에서 매입 또는 기증받거나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의 한 관계자는 “도 박물관이 심환지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어찰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 어찰은 정조가 쓴 것인 만큼 정조 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화성박물관에 더 필요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9일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과 한국고전번역원 번역대학원은 정조가 노론 벽파의 거두 심환지(1730∼1802)에게 보낸 어찰 299통을 발굴, 지난 9일 공개했다. 이 어찰첩은 개인 소장자를 설득해 공개한 것으로, 정조가 재위 말년에 편지로 ‘막후정치’를 펼쳤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줘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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