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로 알고 있었던 상식 중 허위의 것들도 우리 주위에 수두룩하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마당에 있는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과학사가들에 의해 그의 집에 사과나무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집에 있는 벚나무를 벤 사람이 누구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자신이라고 솔직히 말한 워싱턴은 정직의 표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집에 벚나무는 존재하지 않았다. 재미와 감동을 노려 꾸며낸 이야기다. 이런 거짓부렁이나 엉터리 상식은 실생활에 무해하다. 그 속에 깃든 도덕적 교훈의 전달에 주된 목적이 있을 뿐 사과나무나 벚나무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소품에 불과할 따름이다.
진실로 검증되지 않는 허위의 사실이 상식인 양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것이 문제다. 인간의 욕망이 크게 꿈틀대는 곳일수록 허위의 상식이 위세를 떨친다. 상술까지 가세하면 기괴해진다. 건강부문이 그러하다.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소위 ‘웰빙’, 즉 ‘참살이’ 바람을 타고 유기농이 식품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백화점에 가보면 유기농 아니면 모두 농약투성이거나 오염물질인 것 같은 꺼림칙한 인상을 준다. 이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에서, 이미 물과 공기와 흙이 오염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유기농이 얼마나 있을까 의심이 된다. 가격 대비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요즘에는 이것이 진화를 해서 물도 고급와인처럼 등급이 있다는 기사를 어제 읽었다. 우울하고 짜증나는 얘기다. 서울시는 괜찮다고 하지만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먹는 샘물을 음용하는 집이 많다. 그렇다고 한 병에 만원씩이나 하는 심층수에는 거짓의 맛이 느껴진다. 어떤 사람이 그런 물을 마실까. 그들을 향해 비난의 말 대신 축복의 말을 해주자. ‘해저 심층수 자시고 천년 만년 사세요’라고.
조병철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