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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달인 김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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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8-12 20:09:31 수정 : 2011-08-12 20: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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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협곡에 사는 인디언 타라후마라족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부족이다. 사슴을 쫓아가서 잡을 정도다. 물론 속도 자체로만 보면 어림없는 일이다. 두 발 달린 인간이 네 발 짐승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결은 다른 데 있다. 이들은 어떤 사슴을 점찍으면 그 사슴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추격한다. 도중에 다른 사슴을 만나더라도 한눈파는 법이 없다. 하루 종일 쫓아다닐 때도 있다. 지독한 추격에 마침내 사슴도 네 발을 들고 만다. 타라후마라족은 매일 수십㎞를 달린다. 그래선지 달리기 실력은 나이가 들수록 좋아져 환갑 무렵 최고조에 이른다.

한 분야 최고 경지에 오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논란이 없진 않지만 ‘10년의 법칙’이 눈길을 끈다. 최소한 10년 정도는 한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주장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7명의 삶을 조사해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이런 실험도 있다. 거머리 앞에 전류가 흐르는 장치를 놓는다. 감전장치에 붙은 거머리는 전기충격에 깜짝 놀라 떨어진다. 멍청한 거머리는 이렇게 붙었다가 떨어지기를 되풀이한다. 그러다 100번쯤 되면 감전장치에서 슬금슬금 물러난다. 기억력이 형편없는 미물도 100번이면 하나를 습득한다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라면 한 가지 기술을 익히는 데 21번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1인자가 되기 위해선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달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달인 김병만(36)이 최근 자서전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냈다. 7전8기 끝에 국민 개그맨에 오른 그의 진솔한 삶이 담겨 있다. 그는 하루 두세 시간의 잠으로 버티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엄청난 연습으로 몸은 성한 구석이 없다. 발목 물렁뼈가 부러지고, 손가락은 볼품없이 휘어졌다.

김병만은 책머리에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온몸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달인의 책에선 묵직한 울림이 전해진다. 시중에 범람하는 유명 정치인들의 ‘웃기는’ 회고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정말 웃기는 게 뭔지, 김병만에게 배워야 한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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