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건, 불확실하다는 것뿐.’
올해 한국 경제는 한 마디로 안갯속이다. 2025년도 어느새 2월 중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미국발 뉴스에 환율과 주가가 출렁이고, 국제유가에 따라 물가가 요동친다. 무엇 하나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없다.
경제에서 불확실성은 위험(리스크)과 직결된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 모두가 불확실성을 경계한다. 위험에 대비해 씀씀이를 아끼면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 성장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진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성장동력마저 상실하게 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률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전망 수정치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3개월 전 2%에서 0.4%포인트나 낮춘 수치다.
각종 지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민간소비 1.8→1.6%, 설비투자 2.1→2.0%, 건설투자 -0.7→-1.2%, 상품수출 1.9→1.5%, 경상수지 흑자폭 930억→897억달러 등 3개월 만에 모든 지표가 하향 조정됐다.
고용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16만명)보다 작은 10만명 내외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로 실업률은 2.8%에서 2.9%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온통 ‘잿빛 전망’투성이다.
KDI뿐 아니라 올해 새로 성장률을 발표하는 주요 기관들도 잇따라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정부(1.8%), 한국은행(1.6∼1.7%), 피치(1.7%) 등 국내외 다수 기관이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췄다.
1%대 성장률은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2%대로 여겨지던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체 국면’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인구, 토지, 자본 등 사용 가능한 생산요소를 총동원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더욱 나쁜 것은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졌다는 데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잠재성장률이) 1%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에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우리 경제는 갈 길을 잃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외 불확실성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우려도 커졌다. 다행인 점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 경제의 탄력성과 회복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제거 가능한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필요시 외환시장 개입과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단기적인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인 경제 구조 개선도 중요하다. 인공지능(AI) 기술 등 미래 지향적인 투자와 정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왔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도 정부, 기업, 국민이 함께 협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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