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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사향(思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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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9-28 20:02:46 수정 : 2012-09-28 20: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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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모든 동력의 근원이다. 그 참담한 폭우·폭풍의 난장에도 끝없이 늘어선 귀성 행렬은 도시의 뿌리가 농어촌임을 새삼 실감케 한다. ‘향수(鄕愁)’란 말만 들어도 온몸이 짜릿해진다. 선산을 찾아 성묘하며 조상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옛정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추원보본(追遠報本),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자연, 고향은 시인묵객들의 주요 소재가 됐다. “평상에 가득한 달빛이 마치 하얀 서리 같구나. 머리 들어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고 머리 숙여 고향생각에 잠긴다(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이태백의 ‘야사(夜思)’란 시다. 굳이 이백의 시 구절을 꺼내지 않더라도 고향이란 말이 주는 의미야 새삼 논할 필요가 있으랴. 고향은 애틋하고 깊은 감상을 지녔다. 두보의 ‘귀안(歸雁)’ 역시 고향을 그리는 사향시(思鄕詩)의 백미다. “봄에 온 만리 타향의 나그네는 언제나 전란이 그쳐 고향에 돌아갈까. 강둑에 저 기러기는 높이 솟아 내 고향 북쪽으로 날아감에 애간장이 끊어지는구나(春來萬里客 亂定畿年歸 腸斷江城雁 高高正北飛).”

우리의 한시 또한 고향에 찾아가고픈 마음을 절절히 묘사하고 있다. 조선 영·정조 시대 대표적인 실학자인 이서구는 저서 ‘강산집(薑山集)’에서 “짝 잃은 기러기는 석양녘에 날고(失次賓鴻經夕到) 붉게 물든 단풍잎은 바람에 나부끼네(偸紅晩葉側風飛)/ …/강가의 풀은 다 자랐는데 나는 어디로 돌아가리(江?初長我安歸) 나그네는 배에 올라 구름 속 숲 너머 고향을 그린다(行人?帆望煙樹)”고 애잔하게 노래했다.

현모양처의 귀감이자 여류 문인 신사임당의 한시 ‘친정생각(思親)’은 가슴 먹먹한 울림을 준다. “산 첩첩 내 고향 천 리이건만(千里家山萬疊峯) 자나 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歸心長在夢魂中)/ …/ 언제나 강릉 길 다시 밟아가(何時重踏臨瀛路) 색동옷 다시 입고 어머니와 함께 바느질할꼬(更着斑衣膝下縫).”

귀향은 생존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이며, 부모형제는 생명력의 샘물 같은 존재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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