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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도 스케일도 훌쩍 커버린 해리포터

입력 : 2009-07-16 18:01:22 수정 : 2009-07-16 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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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주인공들 앳된 모습 찾기 어려워
질풍노도의 시기 성장통 새롭게 부각
줄어든 마법적 상상력 볼거리로 메워
해리포터가 돌아왔다. 15일 개봉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해리(대니얼 래드클리프)는 2001년 1편 때보다 6살이 더 많은 마법사다. 현실의 대니얼은 더 성숙했는데 올해 20세인 그의 얼굴에선 거뭇한 면도 자국이 어렴풋이 엿보인다.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친구들 역시 부쩍 커버렸다. 헤리미온느 역의 에마 왓슨(19)은 남자친구와의 동거설이 떠돌 만큼 숙녀 티가 역력하고 이번 영화에서 헤리미온느와 처음 키스를 나누는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21)에게선 더 이상 주근깨투성이의 앳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이들의 성장이 주는 낯섦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이야기의 새 동력으로 삼은 영리한 영화다. 편마다 한 살씩 더 먹는 주인공이라는 설정 탓에 또 다른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처럼 비슷한 시기에 전편을 찍지 못하고 머글(인간)과 마법, 빛과 어둠이라는 두 선명하게 양분된 세계의 대비가 8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신선한 재미를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부각시킨 이들의 성장통은 점차 사라지는 마법적 상상력에 대한 아쉬움을 너끈히 메운다.

캐릭터는 전작들에 비해 훨씬 입체적이고 복잡해졌다. 일단 론과 헤리미온느가 드디어 서로에 대한 간절한 감정을 확인한다. 눈치 없기로 유명한 론은 헤리미온느의 애틋한 눈빛을 간파하지 못하고 오히려 직접적인 화술과 짜릿한 입술로 대시해온 한 여학생과 사귀기 시작한다. 치솟는 배신감과 질투, 약간의 자존심과 망설임을 거쳐 론과 헤리미온느가 마침내 입맞춤을 나누는 것처럼 해리와 론의 여동생 지니도 서로의 감정을 켜켜이 쌓아간다.

특히 해리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너고 있으나 절대악 볼드모트로부터 마법세계를 구해내야 할 운명을 타고난 ‘선택받은 자’의 운명도 받아들여야하는 복합적 감정을 고스란히 뿜어낸다. 해리는 드레이코 말포이(톰 펠튼)와 호그와트의 마법약 교수 호레이스 슬러그혼(짐 브로드벤트)을 속여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정도로 영악하다.

전편까지는 그저 ‘왕비호’에 불과했던 말포이는 볼드모트의 수하이자 자신의 직계 핏줄인 ‘죽음을 먹는 자들’ 편에 줄을 선 까닭에 좀더 위협적인 악당으로 변모했다. 선택받은 자 나름의 막중한 부담과 떨치고 싶은 욕망, 선택받지 못한 자로서 느끼는 열등감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단순히 해리와 말포이에게만 적용되진 않는다. 슬러그혼 교수는 훗날 볼드모트가 되는 톰 리들(파인스 티핀-프랭크 딜레인)에게 그랬던 것처럼 해리와 그 친구들을 재능과 인기 등의 순으로 대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 모두가 머글인 마법사 하등 신분인 헤리미온느의 비애를 끼워놓기도 했다.

이번 해리포터 신작은 호그와트는 물론 머글 세계에까지 위협의 손길을 뻗친 볼드모트를 물리치기 위해 해리가 덤블도어 교수(마이클 갬본)의 도움을 받아 과거로의 기억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절대악이 분노하기 직전의 세상은 매우 음울하게 묘사되고 이 때문인지 각 인물들도 쉽게 분노하고 동요하고 좌절하는 인간적 면모를 내보인다. 스펙터클한 영국 런던의 폭파 장면이나 보다 현란해진 마법사들의 쿼디치 경기 등 기발한 상상력보다는 화려한 볼거리가 더 와닿고 무엇보다 후반부 드러나는 혼혈왕자의 정체가 뜨악한 여운을 던진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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