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자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38)씨 사건이 3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으로 송치됐다.
경기경찰청은 지난달 24일 검거 이후 이날까지 10일간 강씨를 상대로 숨가쁜 수사 일정을 보냈다. 자백이 아니고서는 증거를 찾기 어려울 만큼 치밀한 피의자 앞에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자백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강씨가 자백을 한 것은 검거 5일 만인 지난달 30일, 현장검증 이틀을 제외하고 경찰이 강씨를 상대로 심도 있는 수사를 할수 있었던 기간은 기껏 5일간이었다. 그만큼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를 많이 남겼다는 얘기다.
사건을 넘겨받은 안산지청 박종기 차장검사는 이날 “형사 2부에 사건을 배당해 송치된 사안에 대한 증거 확보와 여죄에 대해 다각도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형사 2부는 사건을 송치받자마자 강씨를 상대로 신문을 벌였다. 경찰도 이날 강씨를 검찰에 송치한 뒤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경찰청도 수사본부를 해체하지 않고 강씨의 전처와 장모 화재 사고 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검경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강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강씨의 소행으로 인식되고 있는 2005년 10월의 안산 화재·사망 사고 등 여죄 수사 부분이다. 강씨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처음에는 ‘넷째 부인이 사망한 후 충동심 때문에 살해했다’고 진술 한 뒤 ‘돈 때문에’, ‘성적 욕구 때문에’ 등 수시로 범행 동기를 바꿨다.
담당 경찰관조차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어 구속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할 정도로 안산 화재·사망 사고는 방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2005년 10월30일 다가구주택 반지하에서 발생한 이 화재는 강씨의 장모(당시 60세)와 네 번째 부인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화재 1∼2주 전 강씨는 부인 명의로 2건의 보험에 가입했고, 5일 전에는 혼인신고를 한 뒤 화재 전날 아들을 데리고 찾아와 자다가 화재가 발생하자 아들과 함께 탈출했다.
강씨는 특히 보험 가입 과정에서 납입금이 없자 보험사인 S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보험 한도액 초과 문제로 ‘강씨 본인이나 아들 명의로 추가 보험을 들라’는 보험사 직원의 권유를 거부하고 다른 보험사를 택해 사망한 전처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등 많은 정황증거를 남겼지만 미제로 남아 부실수사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우선 2006년 12월부터 2년간 수원과 안산, 화성, 군포 일대 7명의 부녀자 살해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한 뒤 법률 검토를 거쳐 오는 20일쯤 기소할 계획이다.
안산=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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