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집 옥상서 발견 ‘의문의 속옷’ 감식 의뢰
◇수사본부장인 경기경찰청 박학근 2부장이 3일 경기 안산 상록경찰서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안산=이제원 기자 |
3일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강씨는 군포 여대생 A씨를 납치·살해 후 암매장한 지 불과 22일 만인 지난해 12월31일 지역 생활정보지 ‘독신들의 모임’을 통해 김모(47)씨를 만나 성관계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자 김씨를 6시간 감금한 뒤 풀어줬다.
경찰은 “강씨가 김씨를 감금하면서도 살해하지 않은 것은 강이 김씨에게 전화한 통화기록 등이 남아 있어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씨의 이 같은 범행은 노래방에서 만난 도우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 등을 대상으로 삼았던 그간 수법 외에 새롭게 드러난 것이여서 추가 범행 여부가 주목된다. 그동안 강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난 7명의 여성은 노래방 도우미가 3명,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여성이 4명으로 범행 대상이 두 가지의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특히 강씨가 이용한 독신자 모임은 노래방 도우미를 만나는 것처럼 손쉬운 방법이라는 점에서 성폭행 등 추가 범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무가로 발행되는 생활정보지의 한 코너인 독신 만남 코너는 인터넷과 지면 게시판에 성별과 전화번호를 남기는 광고 형태로 운영되며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이성과 연락할 수 있어 40∼50대 사이에서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전날 강씨의 집 옥상에서 발견된 여성 속옷과 스타킹이 강씨와 관련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할 계획이다.
경기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혈흔 검사 등에서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았고, 강호순 역시 자신의 집 옥상에서 발견된 여성 속옷과 스타킹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범죄를 의심할 만한 증거와 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계장은 “강씨가 줄기차게 스타킹을 범죄에 사용했던 점에 주목하고 관련성 여부를 배제하지 않고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국과수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며 결과는 보름쯤 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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