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성전환자 性은 '살아온 과정'을 기준해야

입력 : 2009-02-18 18:06:07 수정 : 2009-02-18 18:06:07

인쇄 메일 url 공유 - +

생물학적 관점 판단 기존판결 뒤집어..외국도 인정 추세 법원이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성(性)을 판단할 때 생물학적 관점이나 호적상 기록보다는 실제 당사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고종주 부장판사)는 18일 호적상 남자인 성전환자 B(58) 씨를 성폭행해 주거침입 강간 혐의로 기소된 A(28)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B 씨를 여성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현행 형법 297조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 즉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어 그동안 동성간 성적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강제추행죄만을 인정해 왔다.

대법원도 1996년 성전환자 성폭행 사건을 판단하면서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내외부 성기의 구조가 다르며, 여성으로의 생식능력이 없는 점, 남자로 생활한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트랜스젠더 피해자(당시 38세)를 강간죄가 규정한 '부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성전환자의 성을 생물학적 관점에서 판단했다.

그러나 부산지법은 이런 대법원의 판단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성에 대한 판단은 호적상 기록이나 생물학적 기준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 씨는 취학 이전부터 여성으로 행동해 오다가 24세 때인 1974년 병원에서 성전환증 확진을 받고 나서 성전환수술을 받았으며, 이런 사정을 아는 남성과 10년간 동거하는 등 여성으로 생활해왔으며, 또 이런 삶에 만족해 왔다"라며 B 씨의 성 정체성을 분명한 여성으로 규정했다.

호적상 기록에 대해서도 법원은 "이는 성적 귀속감을 고려하지 않은 출생 당시 신고된 성에 불과하며 성장과정을 거치며 최종적으로 확인한 피해자의 진정한 성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B 씨가 병원 진료라는 공인된 절차를 거쳐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상당기간 다른 성으로 살아왔으며, 보통의 여성과 같이 남성과 성행위를 할 수 있고, 자타가 여성으로 인식하는 등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데 문제가 될만한 사유가 없어서 B 씨를 여성으로 보는데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나아가 법원은 "성전환자들의 성적 정체성 혼란은 당사자의 책임이 아니며 그들이 새로운 성으로 살겠다는 주장 또한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전제하고 "법의 본래 목적이 보편타당한 원리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삶의 현장과도 소통해야 한다"라고 적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부산지법 박주영 공보판사는 "비록 생물학적으로 완전한 여성으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성정체성이 분명한 일부 성전환자는 사회적·법적으로 여성과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판결로,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인정한 기존 법원의 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좀 더 보호하겠다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도 성전환자 강간사례가 법정에서 다뤄진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스웨덴과 이탈리아 독일 등 상당수 유럽 국가에서는 성전환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출생기록부 정정을 통해 성별을 바꿨다면 강간죄도 성립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프랑스와 영국이 전환한 성을 진실된 성으로 보지 않고 있다가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 이후 이를 받아들이는 추세로 돌아섰으며, 미국과 캐나다 대부분의 주(州)에서도 출생증명서상의 성별표기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유 ‘사랑스러운 매력’
  • 아이유 ‘사랑스러운 매력’
  • 영파씨 지아나 ‘완벽한 미모’
  • 이세영 '상큼 발랄'
  • 에스파 카리나 '깜찍한 볼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