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막가자는 거죠" 盧-檢 `질긴 인연'

입력 : 2009-04-08 13:20:29 수정 : 2009-04-08 13:20: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부인 권양숙 여사가 빚을 갚으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밝혀 검찰 조사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그와 검찰의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재임 기간 인사권자로서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개혁을 위해 검찰을 두들겼다면 퇴임한 지금은 `피의자'의 신분으로 검찰 청사에 들어서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재임 내내 검찰과 그의 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검찰 개혁 논의가 빠르게 진행됐고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늦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임명, 서열파괴 인사 방침을 세우면서 취임 초부터 검찰과 각을 세웠다.

취임 직후 이런 검찰 개혁 방향에 반발하는 평검사들과 첫 대화를 갖기도 했으나 이 자리에서 검찰 수뇌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이 곧장 사직서를 냈으며 노 전 대통령은 일부 검사들의 돌발 질문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대화에서 "(SK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발언한 이석환 검사는 현재 대검 중수2과장으로, 또 "검찰 중립 약속이 대통령 혼자만의 결의로 되는 것이 아니다"며 건평 씨 문제를 언급했던 이정만 검사는 대검 과학수사담당관으로 이번 `박연차 비리 의혹' 및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후에도 노무현 정부의 `검찰 힘빼기 전략'은 계속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함으로써 검찰의 반발을 사는가 하면 검찰과는 별도의 공직부패수사기구 설치를 추진하려다 벽에 부딪히기도 했고, 검찰-경찰 간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찰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렇지만 재임 기간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돼 측근인 안희정 씨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기도 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 뿐 아니라 그와 검찰의 악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판사 생활을 접고 1981년 운동권 20여명이 사회과학 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좌익사범으로 기소된 `부림사건' 변론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게 되는데, 1987년 대우조선 노동자가 최루탄에 맞고 숨진 사건에 뛰어들었다가 `제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공안 검찰이 `노 변호사'를 구속하기 위해 하룻밤에 세 차례나 판사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영장 청구를 시도해 논란을 빚은 일화는 유명하다.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사권자에서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위치가 바뀐 노 전 대통령과 검찰의 악연이 이번 수사에서 그 절정을 맞고 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손예진 '순백의 여신'
  • 이채연 '깜찍하게'
  • 나띠 ‘청순&섹시’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