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과 참모진은 여론 동향을 살피며 반론을 가다듬는 눈치다. 청와대 시절에는 썩는 냄새가 진동해도 ‘소설 같은 얘기’라고 손사래를 치더니 이제는 주변이 쑥대밭이 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망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눈알을 굴리는 추한 모습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현란한 법리 공방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진솔한 고백과 참회로 국민 의혹과 염증을 덜어줘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홈페이지에서 “잘못은 잘못”이라 했다. 사과문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전개되자 짐짓 면구스러워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과 역사 앞에 고개를 숙이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법적 공방을 앞두고 전의를 다지는 기색만 역력하다.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언급은 무슨 뜻인가. ‘내가 죄를 지었느냐’며 고개를 빳빳이 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앞으로도 이럴 작정이라면 노 전 대통령은 무엇이 ‘잘못’인지부터 적시할 필요가 있다. 율사 출신답게 법적 요건을 갖춰 설명하면 국민이 이해하기도 쉬울 것이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란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사과 내역도 6하원칙에 의거해 명료하게 설명해야 한다. 막연하게 ‘잘못’, ‘송구’ 운운하면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몰이를 하려는 저의가 없는지 의구심만 더할 뿐이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다시 뭉치고 동정여론도 인다고 한다. 그 뻔뻔함에 어이가 없다. 자칫 실체적 진실이 신·구 권력의 정치대결 논리에 가릴 공산도 없지 않다. 검찰이 한층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법원은 어제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의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검찰의 수사 미진이 주요 이유라지만 증거인멸과 입맞추기의 시간을 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법부 불신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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