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경쟁은 공정성 전제…이번 일은 부도덕" '쥐식빵' 사건의 파문이 확산하면서 제과업계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관심을 끈다.
문제의 쥐식빵을 산 이가 경쟁 관계인 인근 빵집 주인의 아들로 확인되면서 그릇된 경쟁심리에 따른 자작극일 개연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수서경찰서는 인근 제과점 주인 김모(35)씨가 문제의 빵에 일부러 쥐를 집어넣고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씨의 제과점은 업계 2위 프랜차이즈사의 가맹점으로, 쥐식빵을 팔았다는 파리바게뜨 점포와 불과 100m 떨어져 있다.
◇제과점 프랜차이즈화…경쟁 자극? =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의 비중이 급증했다. 특히 제과점은 기업 은퇴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과점은 전국에 1만1천22개로, 인구 4천516명당 1개 수준이다.
제과점이 편의점, 호프집 등 다른 업종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프랜차이즈(Franchise. 소매 형태의 연쇄점) 비중이 이전보다 급속히 늘어난다는 특징을 보인다.
제과점 상위 프랜차이즈 2개사의 가맹점 수는 2007년 2천427개에서 2008년 2천825개, 지난해 3천496개, 올해 4천개로 매년 급속히 늘어났다.
양사 가맹점이 전체 제과점 점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20.8%에서 2008년 22.6%, 작년엔 26.4%로 증가했다.
동네 빵집 네 곳 중 한 곳 이상은 양대 제과점 프랜차이즈가 차지하게 된 셈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기존의 독립 소매업소보다 경쟁을 과열시킬 우려가 있다.
우선 과다한 초기 투자비용이 가맹업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보면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여는 데는 가맹비와 교육비, 보증금 등을 포함해 모두 2억1천만원이 든다. 개점 이후에도 본사의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고 매장 관리도 엄격하다.
초기비용이 많고 매장 운영이 덜 신축적이다 보니 수익구조가 악화돼 기존의 독립 브랜드 제과점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똑같은 시장수요 여건에 같은 점포 수가 경쟁하더라도 독립 브랜드 제과점 대신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들어서면 경쟁이 격화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본사 마케팅도 경쟁격화 부채질 = 프랜차이즈 본사의 공격적인 매장 전략도 경쟁 격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를 늘려 최근 3년간 상위 2개사의 점포 수가 60%나 불어났다.
매장 수가 급격히 늘다 보니 수요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도 무리하게 출점을 결정할 여지도 있고, 상권을 확보하고자 경쟁사 매장 근처에 가맹점을 신설해 밀어내기식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문제의 빵을 판매한 파리바게뜨 매장도 3년 전 경쟁업체의 가맹점 100m 부근에 개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마스 등 매출이 몰리는 시즌에는 엄청난 마케팅을 하는 본사의 정책에 맞춰야 하다 보니 업주 역시 판매실적에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기존 고유 브랜드를 가진 동네 제과점이 있는 상황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모이게 되면 경쟁이 격화될 개연성이 다분해진다.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 가맹점주는 28일 "독립적인 동네 제과점은 스스로 운영을 제어할 여지가 많지만 가맹점은 본사에 휘둘리는 경향이 크다. 본사가 관리감독과 마케팅을 하다 보니 개별 점포는 수동적인 판매처 역할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매업소가 프랜차이즈화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지고 본사의 영향 아래 놓이다 보니 똑같은 시장 여건에서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개연성이 있다"며 "편의점 등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도 과열경쟁은 마찬가지인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쥐식빵 사건'은 부도덕한 행위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이를 과당경쟁 탓으로 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다"며 "자본주의 하에서 경쟁은 늘 일어나는 것이지만 이는 공정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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