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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납비리 고발 후 진급불허에 징계까지 받아”

입력 : 2011-06-24 23:26:41 수정 : 2011-06-24 23: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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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외면에 끝내 군복 벗는 김영수 소령 “어릴 적부터 군인이 꿈이었는데, 현실적이지 못하고 교과서적인 스타일이라 이렇게 됐나 봅니다.”

24일 김영수 소령(해사45기·사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내부고발자’ 낙인이 찍힌 그는 존재 이유였던 군복을 이달 말 벗게 된다.

해군 엘리트 장교였던 김 소령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때는 2009년 10월. 해군대학 교관일 당시 MBC PD수첩에 출연해 계룡대 근무지원단 납품비리를 고발한 이후다. 앞서 상부에 문제 제기를 했으나 해결 기미가 안 보이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영관급 장교가 군 내부 비리를 공개적으로 폭로한 것은 처음이라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군 지휘부와 관련자들은 김 소령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폭로 내용을 부인했지만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국민 혈세 6억7000여만원이 줄줄 샜고, 대령급 등 31명이 사법처리됐다. 김 소령의 용기 있는 행동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부패방지 부문 훈장’을 수여하는 등 각계에서 박수가 쏟아졌으나 정작 군은 그를 외면했다. 진급 불허는 물론 “허가 없이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징계했다. 방송 직후 교관 자격을 박탈당한 김 소령은 군내에서 ‘찬밥 대우’를 받다가 지난해 1월 국군체육부대로 발령났다. 상관은 해사 1년 후배였다.

“일을 안 주는 게 가장 힘들었고, 군에서 더 이상 제 역할이 없다는 사실에 견딜 수가 없어 죽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그는 결국 그해 10월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조직이 떠밀어 20년 넘는 군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우리 사회에는 내부고발자를 돕는 시스템이 없어요. 개인이 조직과 싸우는 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는 아직도 명예훼손 등 혐의로 해군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방송 직후 여론이 들끓을 때는 가만 놔두더니 내가 여론 관심에서 멀어지니까 수사하더라고요.”

그런데도 그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도 내부고발을 하겠다고 했다. “잘못된 일을 보고 눈을 감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법과 제도를 더 공부해 현명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앞으로 내부고발자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김 소령은 “내부고발자들이 숨어 살지 않도록 국가는 끝까지 그들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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