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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데” 비아냥…상영 후에도 끊이지 않는 압박

입력 : 2011-06-25 14:36:45 수정 : 2011-06-25 14: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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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받는 내부 고발자
사회고발 다큐영화 ‘트루맛쇼’·‘하얀정글’ 험난한 제작
‘트루맛쇼’의 김 감독과 ‘하얀정글’의 송 감독은 ‘친정’의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택했다. 방송과 의료 소비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데는 대중적 매개체인 영화가 적절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문제는 다큐의 생명인 ‘팩트’(fact·사실)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였다. 그래서 두 감독은 영화제작 전부터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할 출연진 섭외에 주력했다. 방송·의료계의 속살을 훤히 아는 해당업계 종사자들의 ‘증언’보다 더 정확한 팩트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방송·의료 권력에 밉보일까 두려워한 섭외 대상자 대부분이 인터뷰를 거절했다. 간신히 설득해 섭외한 출연자들도 영화 상영 후 회유와 입박에 시달려야 했다. 두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트루맛쇼, 돈 주고 ‘맛집’된 프로그램 고발

2001년 MBC를 퇴사해 영상콘텐츠 회사를 운영하는 김 감독이 3년 전 트루맛쇼 제작 구상을 밝혔을 때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노골적으로 “다칠까봐 걱정된다”거나 “그래봐야 안 바뀌는 거 알지 않냐”고 회유하는 옛 동료도 있었다.

김 감독 역시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납품해야 할 처지에서 걱정도 됐다. MBC, KBS, SBS 3사에서 방영되는 맛집 프로그램의 허구성을 낱낱이 까발려야 해서다. 영화에는 맛집 브로커와 가짜 손님이 등장하고 ‘캐비아 삼겹살’, ‘대판 해물어묵탕’ 등 방송용 급조 메뉴가 난무한다. 그는 “전 국민을 속이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부고발은 ‘배신’이 아닌 정상적인 소통이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한 후에도 정상적인 영화 홍보나 상영을 꿈꾸기 어려웠다.

방송사 눈치를 보느라 배급사를 낀 극장들이 상영관을 잡아줄지 미지수였던 것. 흥행의 필수조건이라는 방송사의 영화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MBC가 영화 개봉을 막으려고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기각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게 오히려 영화를 홍보해준 셈이 됐다.

개봉 이후에도 방송사 등 비판 대상들은 ‘보복성’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한 방송사에서 퇴출된 홍보대행사 관계자가 찾아와 “책임지라”며 막무가내 소란을 피워 경찰을 불러야 했다. 해당 방송사에서 “(퇴출이) 억울하면 거기(김 감독)한테 가서 따져라”라고 했다는 것. 영화에서 “국민들 수준이 이러니 이런 방송 보고 이런 음식 먹는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던 한 칼럼니스트도 난타를 당했다. 김 감독은 “스스로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한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돈 버는 방식과 관련해 공격받은 것은 최초일 것”이라며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하얀정글, 상업주의에 매몰된 의료 현실 비판

하얀정글은 한국판 ‘식코(Sicko)’로 불린다. 식코는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실체를 파헤친 다큐 영화로 2007년 개봉 당시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무어 감독이 전문 영화인이라면 송 감독은 초짜 영화인이다. 게다가 하얀 가운을 입은 현직 의사다. 그만큼 자신이 몸담은 의료계의 병폐를 끄집어내는 작업은 고역이었다. 송 감독은 “같은 의사들이 ‘네가 뭔데 이런 영화를 찍냐’고 비웃을 때면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며 “힘없는 개인이 고발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을 도운 남편도 의사다. 부부는 ‘(의료계에서) 왕따를 당하면 농사나 짓자’는 각오로 완성했다. 영화에는 한 대학병원에서 30초 이내에 진료를 끝내거나 환자들에게 고가 의료장비를 권유하는 장면, 과별로 진료실적 등수를 매겨 파워포인트로 발표하는 장면 등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한 출연자인 의사는 “병원이 실적 경쟁을 한다(괴롭다)”고 토로한다. 소속 병원에서 매일 전송해주는 의사별 외래진료 환자 수와 병상 가동률 문자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영화를 본 일반 관객은 “이 정도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지만, 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송 감독은 현재까지도 영화를 다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 편집본에서는 출연자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 보호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극장 개봉은 아니지만 일부에서 영화가 상영된 이후 병원의 압박 등 고충을 호소하는 출연자들이 있어서다.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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