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 광장을 가득 메운 15만여명의 노르웨이 국민들 앞에서 검은 옷을 입은 호콘 왕자가 연설을 시작했다. 붉은색과 흰색 장미를 손에 든 추모객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테러 희생자 추모제 ‘장미행진’ 개최 소식을 접했다.
평화의 땅 노르웨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참사가 일어난 지 3일째인 지난 25일(현지시간). 오슬로 광장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인파가 운집했다. 노르웨이 왕실 가족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 부부도 참석했다. 우퇴위아 섬 캠프에 참가했던 메테 마리트 공주의 이복동생인 트론드 베른트센도 이번 총기난사 사건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져 왕실의 슬픔은 더 컸다.
추모객 앞에 선 총리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악마가 개개인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며 “이번 추모행사는 민주주의가 결코 지지 않을 것이란 커다란 울림이며 장미행진은 민주주의와 관용, 통합을 향한 발걸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총리의 연설에 이어 시작된 1분간의 묵념은 5분 넘게 이어졌고 이 시간 노르웨이의 모든 거리는 정적에 휘감겼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15만여명의 인파가 모였으나 들리는 것은 갈매기의 울음 소리밖에 없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던 사람들도 묵념시간에 맞춰 차에서 내렸다. 추모행사에 참석한 아네타 로니엔(32·교사)은 “이 묵념은 사망자와 그 가족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며 “이날은 노르웨이 역사에서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 행진 중이던 요나스 베르스타(26)는 “우리는 작은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을 모두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는 오슬로는 물론 다른 도시에서도 열렸다. 이웃국가인 스웨덴과 핀란드, 덴마크에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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