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에는 남한 기업 123곳이 입주해 있으며, 800여개 업체가 위탁가공 등의 형태로 대북 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이날 개성공단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큰 동요가 없었다. 하지만 초유의 권력공백 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만큼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배해동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개성공단에 연락해 확인한 결과 북측 근로자들은 커다란 동요 없이 평소처럼 일했다”면서 “분향소가 차려지거나 근로자들이 오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입주기업 A사 관계자 역시 “북측 근로자들이 침통한 표정을 보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작업에 열중했다”고 전했다.
반면 대북사업을 하고 있는 B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북한 내부의 체제 불안이 심해지면 입주 기업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 위기 상태인 만큼 외화벌이 창구인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는 모두 4만8242명. 월 생산액도 3682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가 4만8000명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출 경우 연간 3352만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외화를 포기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북한 근로자 4만5000명이 실업자가 된다. 북한은 임금 명목으로 2004년부터 올해 3월까지 1150억원의 현금을 가져갔다. 북한의 대외 수출 순이익이 1억달러가 조금 넘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액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C사 관계자는 “일부 북측 여성 근로자들이 울면서 뛰쳐나가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평소처럼 근로를 시키는 건 개성공단의 기업활동을 앞으로도 보장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000년 8월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 채택 이후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온 개성공단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지난달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탄력이 붙은 러시아 가스관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와 강관기업들은 향후 북한 경유 가스관 사업이 차질을 빚을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가스공사와 러시아 최대 석유·가스 생산업체인 가스프롬은 2008년 9월 매년 최소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한국에 공급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올해 11월 한·러 정상회담을 통해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가스관 프로젝트 진척에 대해 논의하면서 올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다.
이천종·박현준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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