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현재 전군에 특별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뒤 김 위원장 사망이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될 상황으로 진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정보수집에 골몰하며 북한 내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합참이 이날 오전 12시30분 전군에 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하달한 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군 움직임과 북한 내 동향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군은 현재 전군에 ‘특별경계근무 2호’를 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군의 U-2 고공정찰기와 KH-11 첩보위성의 대북 정찰 횟수도 증강될 것으로 점쳐진다. 오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는 공중 감시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한·미군 요원의 증편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대북정보 분석시간도 평시보다 단축하는 방법으로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작전사령부와 해군 2함대에서도 전술정보체계(KNTDS)를 통한 감시인력을 늘렸으며, 연합사는 한국전구 지휘통제체계(GCCS-K)를 통해 하와이에 있는 미 태평양군사령부와 긴밀한 정보공유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투기 초계비행 강화와 지휘관들의 정위치 대기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군은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지도자가 사망해 북한 내부에서도 충격이 있는 만큼 한·미가 불필요한 위기감을 조성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대비태세를 강화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북 미사일 발사…미 항모, 동해로 이동
이날 국방부는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인 특이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동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시험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전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면서 “군당국에서 계속 추적해 오던 사안으로 김 위원장 사망과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 120여㎞ 내외로 추정된다”면서 “이미 배치된 미사일의 성능과 사거리를 개량하기 위해 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 항공모함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군 소식통은 “정확한 출처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있은 뒤 미 항모가 동해로 이동 중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미 항모는 1994년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동해상에 나타나 전쟁억지력을 발휘했다.
철통경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진 19일 강원 고성의 동부전선 최북단 육군 22사단 717OP(관측소)에서 장병들이 북한 구성봉 방향을 바라보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일단 군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으로서는 위기상황이라 섣불리 도발카드를 빼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래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 천안함 피격 이후 상정한 30여개 도발 유형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긴급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이 지금 군사적으로 도발을 한다면 대외적으로 입지가 약화돼 오히려 위기국면을 돌파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부 결속을 위한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후계체제가 자리 잡아가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오히려 후계체제 확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심사숙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준비된 정치적 매뉴얼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단 김 위원장 장례식에 집중한 이후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등을 소집해 권력승계를 확립하는 절차에 국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이런 정치 일정상 대남, 대미, 대외정책에 새로운 장애물을 조성하는 전략을 당분간 구사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김정은이 도발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또 북한체제의 특성상 군부가 독단적으로 도발에 나설 여지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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