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일단 사회 안정을 꾀하며 김 위원장 사망 여파가 국내 정치·경제·사회에 끼칠 악영향을 차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기존의 ‘그랜드 바겐(북핵 일괄타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미 안보동맹 강화에도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이 대통령이 다각도로 모색하던 남북 관계 개선 카드 중 실낱같이 명맥을 유지하던 ‘임기 내 정상회담’은 무산된 분위기다. 이날은 이 대통령의 만 70세 생일이었다.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질긴 악연이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 사망에 따라 정상회담 대상도 불확실해졌다.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담은 실익이 작다. 김 위원장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후계체제 안착이 불투명하다.
특히 북한이 ‘김정일 국상(國喪)’ 정국에 접어든 데다 김 부위원장으로의 3대 세습 안착을 위해 일단 당국 간 남북 관계를 ‘올 스톱’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또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후 3년상을 통해 김 주석에 대한 자신의 효성심과 충성심을 강조하면서 권력 공고화를 꾀했던 것처럼, 김 부위원장도 같은 경로를 시도할 공산이 크다. 결국 청와대가 정상회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건과 시기를 저울질하다가 실기(失機)한 셈이 됐다.
김청중 기자 ck@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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