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RTHK(香港電台)방송은 19일 홍콩 인권민주주의 정보센터를 인용해 북한에서 대량 탈북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중국군 병력 2000여명이 훈춘(琿春)과 투먼 등 국경지대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중국 군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7개 군구 중 베이징군구, 선양(瀋陽)군구, 지난(濟南)군구를 동원할 수 있으며 북한 접경 20∼30㎞ 지역까지 투입하는 시나리오를 짜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투입가능한 병력은 모두 27개 단위부대에 이르며 압록강·두만강 근처 접경지에는 10만∼15만명이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본토 방어를 위한 전략부대 및 치안유지 병력 등을 빼면 실제 동원가능한 병력 규모는 1개 사단 6개 여단으로 모두 6만∼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군 사정에 밝은 베이징 외교가의 한 인사는 “중국 군이 동북지역의 선양군구를 중심으로 접경지에서 여러 차례 군사훈련을 한 만큼 이미 짜인 시나리오대로 비상체제에 돌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 5월 중국 선양군구 소속 공병대 200여명은 단둥(丹東)시 인근 압록강에서 부교 설치훈련을 한 바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이후 아직 중국군의 공식적인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대량 탈북사태 등에 대비해 준비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훈춘 등 접경지역에서 중국 군이 전진배치되고 순찰·감시활동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 대사관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40분(현지 시각)쯤 옥상에 걸린 인공기를 내려 조기로 게양했다. 침통한 표정의 대사관 관계자 3명은 본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인공기와 연결된 줄을 잡고 인공기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대사관 안에서 나온 한 젊은 북한 여성은 최고 지도자의 사망 소식에 눈물을 계속 흘리며 어디론가 향했다. 이후 대사관은 평소와는 달리 인기척이 거의 사라졌고 인근 북한 상가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대신 외신 기자들이 대사관 주변에 몰려들었고 이에 중국 공안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훈련중인 中 장갑차 부대 중국 인민해방군의 장갑차 부대가 2006년 9월14일 네이멍구자치구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조기 거는 주중 北 대사관 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이 19일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있는 북한 대사관 옥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조기를 게양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
특히 중국 당·정·군 지도부는 이날 처음으로 김정은의 지도 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혀 주목된다. 이날 중국중앙(CC)TV 저녁 종합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 따르면 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원 4개 기관은 북한에 조전을 보내 “우리는 조선(북한) 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매체들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경계를 강화한 한국 군의 움직임을 비중 있게 전했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