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가 전날 발표된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안 후보는 이를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판하며 정치권 공세 수위를 높였다. 양측이 단일화 협상전을 앞두고 정치쇄신 전초전에 돌입했다.
문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반부패정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안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고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도 의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정치권의 동의를 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있다”며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 좀 더 깊은 고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사실상 반대한다는 얘기였다.
안 후보는 역공에 나섰다. 그는 이날 ‘청년 알바’ 간담회에서 “일반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정치권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다른 많은 사람들의 고통 분담, 기득권 내려놓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까지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쇄신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안 후보는 “정치권은 지금 왜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지를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정치쇄신 구상에 반발한 캠프 참여 교수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내부 갈등을 봉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은 정치쇄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정치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전날 발표한 정치쇄신안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을 비롯해 각종 사회 혁신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도 “정치쇄신 전선에서 밀리면 단일화 국면까지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양 후보 진영의 긴장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민주당이 주최한 ‘정치혁신 국민대담회’에서 문, 안 후보 모두에게 쓴소리를 하며 양측이 끝까지 함께가는 단일화를 주문했다. 그는 “‘내가 무조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단일화하고 함께 정치개혁 하고 공동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면서 “11월25∼26일(후보 등록일) 한 명이 등록해야 한다. 단일화가 안 되면 친구와 동료, 선배를 다 동원해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촛불시위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후보가 대선자금 모금을 위해 개설한 ‘문재인 담쟁이 펀드’는 이날 오후 5시36분 1차 목표액인 200억원을 최종 달성했다. 출시(22일 오전 9시) 56시간 만이다. 우원식 총무본부장은 “현재 모금 홈페이지에 200억원 달성 공지와 함께 참여가 차단됐음에도 참여를 문의하는 전화가 사무실에 빗발치고 있다”며 “조만간 준비를 거쳐 2차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달중·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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