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차차차· 트위스트·고고 등
해외산 춤바람이 좌지우지
90년대 댄스가수 대거 등장 독창적 국산 스타일로 성장
이젠 지구촌에 춤바람 전파 세계인을 사로잡은 ‘싸이 신드롬’이 탄생하기까지 국내에는 다양한 춤바람이 일었다. ‘강남스타일’에 이은 ‘젠틀맨’ 열풍의 핵심은 바로 독특한 안무다. 공개 4일 만에 유튜브 조회 1억뷰를 돌파한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각종 패러디 영상을 낳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싸이는 한국인 최초로 전 세계에 남녀노소 따라할 수 있는 춤바람을 일으킨 세계적인 스타다. 2000년대 중반부터 K-팝이 세계를 누볐어도 이로 인해 대규모 춤바람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K-팝 안무를 따라하는 ‘셔플 댄스’는 소수 마니아의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의 춤바람을 유입했던 한국은 이제 춤 생산지로 주목받게 됐다. 13일 콘서트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싸이는 “우리나라에는 매력적인 포인트 춤이 많은데 앞으로 해외에 적극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젠틀맨’에 사용된 ‘시건방춤’은 2009년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선보인 포인트 안무다. 포인트 춤이란 노래의 반복 구절에서 곡의 정체성을 살려주는 춤을 의미한다. 한국이 춤바람의 원조로 주목받기까지 국내에 분 춤바람의 역사를 짚어봤다.
◆맘보, 트위스트, 고고, 람바다… 해외 춤바람 유입
1980년대까지 국내 무도장에는 해외에서 유입된 춤바람이 불었다. 싸이의 말춤이 그러했듯 춤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공용어였다. 1950년대에는 중남미에서 시작된 차차차와 맘보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가수 겸 작곡가였던 한복남(1919∼1991)은 ‘맘보타령’을 부르며 인기몰이했고, 가수 김정구(1916∼1998)의 ‘코리안 맘보’도 전국에 울려퍼졌다. 1945년 광복 이후 한국에 등장한 춤바람에 지식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소설가 정비석은 1954년 춤바람 난 여인의 비극적 인생을 그린 소설 ‘자유부인’을 집필했다.
1960년대는 트위스트의 시대였다. 한국 최초 댄스 가수를 표방한 트위스트 김(1936∼2010)이 가요계를 주름잡았고, 여성 최초 댄스 가수였던 이금희(1940∼2007)가 “씽씽씽∼씽 함께 노래 부르자”로 시작하는 ‘씽씽씽’을 부르며 파격적인 춤을 선보였다.
1970년대는 다이아몬드 스텝으로 요약되는 고고와 디스코가 춤바람의 권좌를 꿰찼다. 혜은이·이은하·희자매 등이 이 시기 큰 사랑을 받았다. 해외 춤바람이 국내 무대를 좌지우지했던 마지막 시기인 1980년대에는 람바다가 각광을 받았다.
◆가요산업의 성장과 싸이의 말춤
1980년대까지 춤바람은 외국산이었다. 1990년대에도 랩 댄스 같은 해외 문화가 유입되긴 했지만, 이때부터는 김완선, 소방차, 서태지와아이들 등 댄스 가수가 대거 등장하면서 국내 스타일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당시 서태지와아이들의 ‘회오리춤’, 철이와미애의 ‘때밀이춤’ 등은 가요계를 강타하며 음악시장의 규모를 키웠다. 안무가라는 직업군이 활발하게 활동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 아이돌 산업이 성장하면서 독창적인 춤을 개발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안무가 집단이 가요계를 이루는 주요 축으로 성장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씨는 “싸이의 말춤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기 전까지 약 20년간 국내 음악계는 수많은 춤을 생산하며 내공을 키웠다”며 “말춤 역시 1980년대 말 강남에서 유행했던 춤을 새롭게 다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안무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해 지난해에는 안무가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한국방송댄스협회도 설립됐다. 안무가들이 한 곡에 창작비용으로 받는 대가는 보통 300만∼500만원. 지난해 말춤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어도 안무가에게 돌아오는 부가수익은 없었다. 이로 인해 말춤·시건방춤 등 포인트가 확실한 동작의 저작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이번에 싸이가 ‘시건방춤’을 고안한 안무창작집단 ‘야마앤핫칙스’에 정당한 대가를 주고 춤을 구입하면서 안무저작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규성씨는 “안무저작권에 대한 목소리가 생길 정도로 국내 춤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며 “기원을 따져 들어가면 완벽하게 새로운 춤은 없지만 어디까지 인정해줄 수 있는지 논의를 모아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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