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책임 물을 것” 공직기강 쇄신 시사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국민에게 직접 고개를 숙인 것은 처음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77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로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당초 예상보다 수위가 높았다. 새 정부 ‘1호 인사’이자 대통령의 ‘입’이 나라망신과 공분을 초래하는 성추문에 연루되고 청와대가 대응과정에서 자중지란을 일으킨 데 대한 사나운 민심을 감안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는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 일로 어떠한 사유와 진술에 관계없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고 미국 측의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성추행 의혹 관련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관련자들은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관련 수석들도 모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차적으로 늑장 보고, 부실 대응 등으로 파문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퇴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 불참했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이 수석의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침통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 방문 후 첫 공식 석상인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과 관련,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는 방미 일정을 토대로 해외순방 매뉴얼을 만들어 돌발 사고 재발을 방지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14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요청에 따라 국정 현안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첫 월례회동을 갖는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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