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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단군과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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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03 21:34:08 수정 : 2013-10-03 21: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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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륜이나 사업 규모를 강조할 때 ‘단군 이래 최대∼’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단군은 한민족이면 누구나 다 아는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기원전 2333년 단군이 최초의 민족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날을 기리는 개천절이었다. 국경일인 이날 마니산 참성단, 태백산 단군전, 서울 사직단 등 전국에서 경건한 제천의식이 치러졌다.

북한도 개천절을 기린다. 북한은 1993년 평양 대박산 기슭에서 단군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이후 피라미드 모양의 단군릉을 조성했다. 그곳에서 개천절마다 단군제를 지내면서 단군을 민족의 원시조로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국조 단군과 김일성 주석을 동급으로 올려놓고 김일성을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로 떠받들려는 의도다. 평양이 고조선의 수도였다고 선전하면서 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정통성이 이어진다는 정치적 속셈도 읽힌다. 하지만 북한이 철저하게 배척하던 단군의 존재를 주민들에게 알린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한민족뿌리찾기운동을 하는 남산제례문화원은 지난해 2월 서울 한복판에서 김정일 49재 회향식을 거행했다. 종북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 단체의 신모 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이 예뻐서가 아니라 단군을 인정하고 있는 북한의 정성과 남북통일의 염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제를 지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2011년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남북한이 적대적인 상황임에도 갖고 있는 공통분모가 바로 단군숭배 사상”이라며 “남한은 광복 직후부터 단군을 국조로 숭배하고, 북한은 단군 무덤과 유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이후 거대한 묘를 조성해 숭배의식을 거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북한은 거의 모든 면에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상호’는 ‘호상’, ‘도시락’은 ‘곽밥’, ‘노크’는 ‘손기척’ 등 언어마저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군은 남과 북이 공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자산이자 통합의 고리다. 남북 모두 단군을 찬양하며 시조로 섬긴다. 단군을 통일의 지렛대이자 목적지로 삼아보자. 아울러 헌법 전문에도 단군을 넣자.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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