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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가장 빠른 재규어, F-타입으로 서킷을 달리다

입력 : 2013-10-11 12:58:44 수정 : 2013-10-11 12: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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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h까지 4.9초에 돌파
1억400만원부터 1억6000만원까지 세 가지 모델

영국 브랜드지만 소유권이 미국 브랜드로, 인도 브랜드로 오간 회사. 영화 ‘007’에서 등장했고 멋진 스포츠카를 생산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차. 바로 재규어다. 보닛 위에 달려나가는 맹수의 모습을 그대로 올려놓은 브랜드다. 저돌적이다.

지난 10일 앞을 향해 달려나가는 재규어의 가장 빠른 차 F-타입을 시승했다. 비교적 작은 차체에 5.0ℓ의 엄청난 엔진을 장착한 로드스터다. F-타입은 이안 칼럼이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기아차의 디자인을 단숨에 바꾼 피터 슈라이어, BMW의 진취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크리스 뱅글과 함께 자동차 디자인에서는 손에 꼽는 인물이다.


그는 1960년대 선보였던, 마치 상어처럼 날쌘 모습의 스포츠카 E-타입을 40년 만에 다시 살려냈다. 레이싱카의 혈통을 갖고 태어난 E-타입에 이어 F-타입도 달리기 성능에서는 재규어 양산차 가운데 최고다. 국내에는 340마력과 380마력의 V6엔진과 495마력의 V8엔진 모델이 도입됐다. 세 차종 모두 8단 퀵 시프트 변속기와 함께 강력한 힘을 바퀴에 전달한다.

또, 특징적인 것은 알루미늄 모노코크 보디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불과 261㎏이다. 그래도 비틀림 강성은 타 차종에 비해 30% 높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강력한 출력에 무게를 크게 줄였으니 엄청난 움직임을 보인다. 특히, 서킷에서는 가속페달의 발을 멈칫거리게 하는 무서운 움직임을 보인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을 F-타입과 함께 달렸다. 380마력의 V6 모델이다. 토크는 46.9㎏·m. 이 정도 힘을 내는 차는 보기 힘들다. 컨버터블 톱을 장착했지만 안정감을 위해 닫아두기로 했다. 사실은 조금 무섭기도 했다.

오밀조밀 검은색과 금색으로 치장한 센터콘솔 사이에서 스타트 버튼을 찾아 눌렀다. 묵직한 배기음과 함께 시동이 걸린다. 포르쉐의 배기음을 두고 마치 화음처럼 들린다고 ‘포르쉐 노트’라고 부르듯 재규어 F-타입도 배기음을 화음처럼 튜닝했다. 업체 말로는 테너의 ‘C’ 키와 유사한 소리를 내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가변 배기의 버튼을 눌러 가능한 더 큰 소리를 즐기도록 설정했다.


시트에 앉으니 여태껏 경험했던 스포츠카와 다른 감성이 느껴진다. 스티어링휠은 독일계 스포츠카보다 조금 더 크다. 에어백이 들어있는 중앙의 동그란 부분은 휠 축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디자인에서 중심이 아래 있는 착시를 불러온다. 시트위치를 몸에 맞추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스포츠 버킷 형태의 시트지만 약간은 푹신하고 여유가 있다.

서킷으로 들어서니 시작부터 난코스다. 내리막에 이은 헤어핀이 등장한다. 빨강과 흰색으로 칠해 놓은 연석을 밟으며 가속페달을 밟으니 차체가 살짝 옆으로 미끄러지는 느낌이 난다. 곧바로 차체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며 방향을 잡아준다. 그리고 곧바로 앞으로 질주했다.

속도를 올리자 룸미러에 재규어 엠블럼이 보인다. 리어 스포일러가 올라왔다. 오른발에 힘을 주는 만큼 차는 반응한다.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맛은 마치 레이싱카를 방불케 한다. 일반적인 차로 돌아나갈 수 없다고 생각되는 코너도 스티어링휠을 돌리자 매끄럽게 빠져나간다. 차는 부드럽고 세련됐다. 그리고 새롭다.

독일차의 감성과는 다르다. 시트는 부드럽지만 하체는 단단하다.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가 적다. 약간 무리라고 생각되는 코너도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에 붙은 변속 레버도 조작하기 쉽다. 2단에서 가속페달을 밟아 레드존까지 올라가면 퓨얼컷이 걸리며 힘이 빠진다. 다시 오른손으로 3단을 올리면 힘 빠진 잠깐 사이를 보상하듯 휠스핀을 일으키며 달려나간다. 어지간한 상황에서 경험하지 못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제원상으로는 시속 100㎞/h까지 4.9초에 돌파한다. 최근 시승했던 BMW의 Z4 35is의 4.8초와 비슷한 수치다. 과거 슈퍼카의 제원표가 이제는 1억원대 스포츠카로 옮아왔다. 서킷에서의 시승으로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와 에어컨 등의 편의장치 말이다. 그러나 F-타입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코너링에서는 중력의 1.5배 압력을 받으며 타이어는 비명을 질렀고 직선 주로에서의 가속은 시속 200㎞/h까지 순식간에 내달렸다. 이어지는 내리막 코너에서는 피가 앞으로 쏠리는 듯한 브레이킹에도 단단하게 버텼으며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언덕을 올랐다.

이 차의 안타까운 점은 가격이 비싸다. 물론 기자 입장에서다. 만약 독일의 스포츠카를 타고 있거나 고려한다면 재규어의 F-타입을 꼭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1억400만원부터 1억6000만원까지 세 가지 옵션으로 유혹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제/ 글·사진=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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