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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美 대체의학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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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13 20:34:49 수정 : 2013-10-13 23: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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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체의학이 뜨고 있다. 침술, 한약, 요가, 명상,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요법)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성인의 40%가량이 대체의학을 이용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체의학 시장은 연간 340억달러(약 36조4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의과대학도 대체의학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적극 연구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대체의학은 여전히 효능 측면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량 한약재 등을 단속하려면 일반 의약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정부 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성행하는 대체의학의 실태를 심층 점검해 본다.


◆건보 적용 대상에 포함된 대체의학

미국에서 2010년 3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법’이 제정됐다. 여기에는 대체의학 시술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반 병원 치료와 마찬가지로 대체의학 시술 비용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최근 급성장한 대체의학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미국에서 환자들이 대체의학에 깊은 관심을 보임에 따라 그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체의학은 통증, 스트레스성 장애, 우울증, 심장 혈관 질환, 비만, 중독 등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미국 의학계가 인정하고 있다.

미국 사무엘리 연구소가 2010년 미 전역의 병원들을 대상으로 대체의학을 1개 이상 사용하고 있는 병원을 조사한 결과 사용률은 42%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미 의회 전문지 ‘CQ 리서처’가 밝혔다. 침, 명상, 마사지 등이 미국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체의학 요법이다.

건강보조식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건강보조식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병원 등에서 의사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AARP가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건강보조식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건강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이들은 평소 먹을거리에도 신경을 쓰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요가 등 건강 유지를 위해 도움이 되는 활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조식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건강한 이유가 반드시 보조식품에 의한 것인지는 입증하기 곤란한 게 사실이다.

◆대체의학 연구비 놓고 주류 의학계 공세

1999년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에 대체의학연구센터(NCCAM)가 설립됐다. 미국 의회는 올해 이 센터에 1억2070만달러의 연구비를 배정했다. 센터는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각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예산의 74%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자체 연구에 쓰고 있다. 그러나 대체의학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단체 등이 연구비 삭감을 주장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대체의학연구센터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저널(AAMA)에는 최근 뻔한 연구 결과를 얻는 데 많은 돈이 낭비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실렸다. 레몬이나 라벤더 향기를 맡는 게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기 위해 37만4000달러의 예산이 집행됐고, 기도가 에이즈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얻으려고 75만달러가 사용됐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또 자석이 관절염이나 편두통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데 70만달러의 연구비가 낭비됐다는 내용도 게재됐다.

한때 은행나무 잎 추출물이 기억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알츠하이머 예방 및 치료제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연구센터의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연구소 측은 한약재로 사용되는 특정 식물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식물에 그런 효능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체의학 건보 적용에 인색한 보험회사

카이저, 에트나, 블루 클로스 등 미국의 대형 건강보험회사는 대체의학 시술을 건강보험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현재 척추교정요법 등 극히 일부분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침술은 일반적으로 보험료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통증 치료 등 극히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되면 보험으로 커버해준다. 건강보험회사들은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효능이 입증된 대체의학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 등의 강력한 요구로 건강보험 적용 대상 대체의학의 종류가 늘어나고 있다.

오바마케어는 대체의학 종사자들이 확고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케어는 침술 등 대체의학 면허증을 가진 사람의 시술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체의학 면허증 소지자 그룹에는 침술사 및 한의사 2만8000여명, 카이로프랙터 7만2000여명, 약품을 쓰지 않는 자연요법 치료사 5500여명, 출산을 돕는 조산사 2000여명 등이 포함돼 있다.

오바마케어법에 따라 ‘환자중심결과연구소’(PCORI)가 설립, 운영된다. 이 연구소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를 한다.

이 연구소의 100대 연구과제 중 4개가 대체의학 분야이다. 요가, 명상, 단전 호흡 등의 심신 수련이 그중 하나이고, 침술과 건강보조식품도 연구과제에 포함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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